하이브의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발생한 1900억 원대 부당이득 취득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이 방시혁 하이브 의장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강제수사가 본격화된 이후 피의자 신분으로 두 차례 소환 조사를 받은 방 의장의 신병 확보에 나선 것으로, 수사가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시사한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자본시장법상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를 받는 방 의장을 최근 출국금지했다. 방 의장은 하이브 상장을 앞둔 지난 2019년, 벤처캐피털 등 기존 투자자들에게 "당분간 상장 계획이 없다"고 설명하며 이들의 지분을 자신과 관련된 특수목적법인(SPC)에 매각하도록 유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방 의장의 말을 신뢰한 투자자들은 보유 지분을 해당 법인에 넘겼으나, 이후 하이브는 기업공개 절차를 본격적으로 진행했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방 의장이 부당한 이익을 챙긴 것으로 보고 있다. 특수목적법인은 하이브 상장 이후 보유 주식을 매각해 막대한 차익을 실현했으며, 방 의장은 사전 계약에 따라 이 매각 차익 중 약 1900억 원을 거둬들인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방 의장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투자자들을 기망하고 사적인 이익을 편취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번 출국금지 조치는 경찰의 수사가 상당 부분 진척되었음을 보여주는 강력한 신호다. 경찰은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에 착수, 지난 7월 서울 용산구 하이브 본사와 한국거래소 등에 대한 동시다발적 압수수색을 단행하며 강제수사로 전환했다. 확보한 상장 심사 자료와 내부 문건 분석을 마친 경찰은 지난달 15일과 22일, 두 차례에 걸쳐 방 의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밤늦게까지 강도 높은 조사를 벌였다.
방 의장 측은 "회사 상장 당시 관련 법률과 규정을 모두 준수했으며 법적으로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경찰은 압수물과 관련자 진술 등을 통해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어, 조만간 구속영장 신청 등 방 의장의 신병 처리를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적인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이끄는 총수가 자본시장 질서를 교란한 중대 범죄 혐의의 중심에 서면서, 하이브는 창사 이래 최대의 경영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