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연루된 통일교 불법 정치자금 수사가 핵심 관계자들의 엇갈리는 진술 속에서 새로운 물증의 등장으로 중대 국면을 맞고 있다. 한학자 통일교 총재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전 비서실장의 수첩에 권 의원의 이름이 자금 전달 의혹 시점에 맞춰 두 차례 등장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권 의원 측의 주장이 흔들리고 있다.
법조계와 한겨레 취재 내용을 종합하면,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한 총재를 십수 년간 보좌하며 교단 내 '실세 2인자'로 불린 정모 전 비서실장의 수첩을 확보해 분석하는 과정에서 "권성동"이라는 이름이 적힌 기록을 찾아냈다. 해당 기록은 특검이 불법 정치자금 전달 시점으로 의심하는 2022년 2월 8일과 3월 22일 날짜에 권 의원이 한 총재를 방문했다는 취지로 기재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그동안 교단 행정을 총괄했던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의 진술을 뒷받침하는 핵심적인 객관적 증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파장이 예상된다.
그동안 특검팀은 윤 전 본부장의 진술과 그의 수첩 기록을 토대로 수사를 진행해왔다. 윤 전 본부장은 2022년 2월 8일과 3월 22일, 한 총재의 지시에 따라 정 전 실장이 쇼핑백에 담은 현금을 권 의원에게 전달했다고 일관되게 진술해왔다. 특히 그는 3월 22일 자신의 수첩에 "역사적인 날", "대박"이라고 적는 등 당시 상황을 상세히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권 의원과 한 총재는 이러한 진술을 강하게 부인하며 '진실 공방'을 벌여왔다. 권 의원은 2월 8일에는 "넥타이가 든 쇼핑백을 받았을 뿐 돈은 없었다"고 주장했으며, 3월 22일에는 "쇼핑백 자체를 받은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한 총재 역시 2월 8일에는 세뱃돈 100만 원을 줬다고 인정하면서도 3월 22일 만남 자체를 부인하는 등 관련자들의 주장이 제각각 어긋나는 상황이었다. 이 때문에 권 의원 측은 윤 전 본부장 진술의 신빙성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하며 혐의를 부인해왔다.
이러한 교착 상태에서 등장한 정 전 실장의 수첩은 수사의 무게추를 특검 쪽으로 기울게 할 가능성이 크다. 한 총재의 그림자 역할을 했던 최측근의 기록이 윤 전 본부장의 진술과 일치한다면, 권 의원 측이 주장해온 '진술의 신빙성' 공세는 설득력을 잃게 된다.
전날 구속적부심 심문에서도 혐의를 전면 부인한 권 의원 측은 "윤 전 본부장의 진술 신빙성이 큰 쟁점"이라며 대질 조사를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특검팀은 객관적 물증을 토대로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제3의 인물이자 핵심 측근의 수첩이라는 새로운 증거의 등장이 향후 구속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