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8일 서해 해상에서 해상 대 지상 전략순항미사일 시험 발사를 감행한 사실이 29일 확인됐다. 이번 무력 시위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임박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방한하는 시점에 맞춰 이루어져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미사일총국이 28일 서해 해상에서 해상 대 지상 전략순항미사일 시험 발사를 진행하였다"고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이번에 시험 발사된 미사일은 "함상 발사용으로 개량된" 기종으로, 함정에서 "수직발사" 방식으로 발사됐다.
미사일들은 발사 후 서해 해상 상공에 설정된 궤도를 따라 약 "7천8백여 초"간 비행하여 최종적으로 표적을 "소멸하였다"고 통신은 주장했다. 북한이 밝힌 비행시간 7천800여 초는 약 2시간 10분에 해당한다. 이는 장거리 순항미사일의 성능 시험에 해당하며, 북한은 구체적인 비행거리 등 세부 제원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번 시험 발사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참관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대신 현장에는 박정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을 비롯해 김정식 당 군수공업부 제1부부장, 장창하 미사일총국장 등이 참석했다. 박정천 부위원장은 현장에서 "핵무력을 실용화하는 데서 중요한 성과들이 이룩되고 있다"고 평가하며 "핵전투 태세를 부단히 벼리는 것은 우리의 책임적인 사명이고 본분"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이번 발사가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전략순항미사일의 운용 능력을 검증하고 실전 배치 속도를 높이려는 의도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북한의 이러한 군사적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대외 메시지 수위는 일정 수준 조절한 정황이 포착된다. 김 위원장의 불참과 더불어, 이번 미사일 발사 소식은 노동신문이나 조선중앙방송 등 북한 주민들이 주로 접하는 대내용 매체에는 보도되지 않았다. 오직 대외용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을 통해서만 이 사실을 공표했다. 이는 내부 결속용이라기보다는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반도에 집결하는 국제사회를 향한 계산된 대외용 압박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이번 발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APEC 참석차 방한하는 시점과 정확히 맞물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김정은 위원장과의 만남 가능성을 잇달아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대화 의지를 표명해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에 해당하는 탄도미사일이 아닌 순항미사일을 선택하고, 김 위원장이 전면에 나서지 않는 방식을 취한 것은 의도적인 "수위 조절"로 풀이된다.
현재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이 연이어 보내고 있는 대화 재개 신호에 대해 어떠한 공식적인 입장이나 반응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처럼 외교적으로는 침묵을 지키면서도 통제된 수준의 무력 시위를 병행하는 북한의 전략적 행보가 향후 한반도 정세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