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연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가 불투명한 법인카드 사용과 과도한 해외 출장비 지출 문제로 2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집중 포화를 맞았다. KBO가 연간 220억 원에 달하는 국가 지원금을 받는 공적 단체임에도 불구하고, 총재의 지출 내역이 불투명하고 자료 제출에도 비협조적이라는 질타가 쏟아졌다.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체위 국감에서 조국혁신당 김재원 의원은 허 총재의 법인카드 사용 내역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허 총재는 2024년 10월부터 9개월간 KBO 사무국에서 도보 5분 거리에 위치한 특정 제과점에서 약 548만원을 법인카드로 결제했다. 또한 지난해부터 카페 스타벅스의 선불카드를 총 2310만원어치 구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재원 의원은 "제과점에서 구입한 빵은 행사나 선물용으로 사용된 내역이 없으며 직원들에게 제공되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스타벅스 카드 역시 누구에게 배포됐는지 알 수 없다"며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사용한 사례가 많다"고 사실상의 사적 유용 의혹을 제기했다.
허 총재의 과다한 해외 출장 비용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김 의원은 허 총재가 최근 19차례의 해외 출장을 다녀왔으며, 이 과정에서 "기사가 딸린 차량을 렌트해 일주일에 2000만원을 사용"하고 "1박에 140만원짜리 숙박을 이용"하는 등 비용 상한선 없이 무분별하게 지출했다고 비판했다. 이는 빠듯한 예산 내에서 출장을 다녀야 하는 일반 직원들의 규정과 비교해 "큰 차이"가 난다는 지적이다.
김 의원은 KBO 측이 관련 자료 요청에 대해 "경영상 비밀"을 이유로 불완전하게 제출하는 등 국감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질타했다. 그는 "KBO의 감시 체계가 부족하다는 점이 나타나는 부분"이라며 "문화체육관광부와 스포츠윤리센터가 이 사안을 유심히 들여다보고 검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와 함께 지난 2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에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초청한 사실도 논란이 됐다. 김 의원은 "KBO 총재가 공공성보다 정치적 관계를 우선시했다"며 "공적 가치를 스스로 헤치고 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국감 증인으로 출석한 박근찬 KBO 사무총장은 이러한 의혹에 대해 해명했다. 박 사무총장은 "스타벅스 선불카드는 직원 격려나 명절 선물 목적으로 구입한 것"이며 "제과점에서 구입한 물품은 야구 원로나 해외 방문 손님들에게 제공됐다"고 반박했다.
또한 자료 제출이 미흡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지출 비용이 정부 지원 자금으로 쓴 것이 아니라, 구단 회비로 받은 금액을 예상 범위 내에서 사용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 초청 논란에 대해서는 "김 전 실장은 1995년부터 1996년까지 KBO 제8대 총재를 지냈다"며 "그동안 한국시리즈에는 전임 총재나 야구 원로들을 초청해왔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