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2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최민희 의원의 즉각적인 상임위원장직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는 최 위원장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대기업 및 언론사 관계자들의 이름이 적힌 축의금 명단을 보좌진에게 텔레그램으로 전송하는 장면이 언론에 포착된 데 따른 것이다. 여당은 이를 "뇌물" 수수 및 "갑질" 행위로 규정하며 맹공을 퍼부었고, 최 의원 측은 "반환 지시"였다고 반박해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논란은 전날인 26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시작됐다. 서울신문은 최 위원장이 자신의 휴대전화 텔레그램을 통해 보좌진에게 특정 명단을 전송하는 모습을 포착해 보도했다. 이 명단에는 다수의 대기업과 언론사 관계자들로 추정되는 이름, 그리고 이들이 낸 축의금 액수가 상세히 적혀 있었다. 특히 "900만 원은 입금 완료", "30만 원은 김 실장에게 전달함"과 같이 자금 처리와 관련된 구체적인 내용까지 포함되어 있어 논란을 키웠다.
이에 대해 최민희 의원실은 즉각 해명 자료를 내고 "최 의원이 기관과 기업으로부터 들어온 축의금을 돌려주도록 보좌진에게 지시하는 내용"이었다고 밝혔다. 부적절한 돈을 반환하는 과정에서 오해가 생겼다는 취지다. 하지만 이 해명에도 불구하고 비판 여론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최 위원장이 국회 과방위원장으로서 해당 기업과 언론사를 피감기관으로 두고 있다는 점에서, 애초에 이들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행위 자체가 심각한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번 사태는 최 위원장이 최근 국정감사 기간 중 국회에서 자녀 결혼식을 진행해 물의를 빚은 직후에 불거져 더욱 파장이 크다. 당시 최 위원장은 비판 여론에 대해 "양자역학을 공부하느라 딸 결혼식에 신경을 쓰지 못했다"고 해명하며, 피감 기관에는 결혼식 소식을 일절 알린 적이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텔레그램 명단에 피감기관으로 볼 수 있는 기업 및 언론사 관계자들이 포함된 정황이 드러나면서, 기존 해명의 진실성마저 도마 위에 올랐다.
국민의힘은 27일 오전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공세 수위를 최고로 높였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뇌물은 돌려줘도 뇌물죄가 성립한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라고 지적하며, 반환 여부와 관계없이 혐의가 성립될 수 있음을 강조했다. 이어 "사적인 축의금 정리를 보좌관에게 시킨 것은 명백한 갑질"이라고 비판하며, 국가공무원인 보좌진을 사적 업무에 동원한 문제를 추가로 제기했다. 여당이 위원장직 사퇴를 공식 요구함에 따라, 최 위원장의 거취를 둘러싼 여야의 정치적 공방은 최고조에 달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