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왕" 신해철이 의료사고로 세상을 떠난 지 11년이 지났다. 2014년 10월 27일, 가수 신해철은 46세의 나이로 갑작스럽게 생을 마감했다. 그의 11주기를 맞아, 한 천재 음악가의 허망한 죽음을 초래한 의료 과실의 전말과 이 사건이 우리 사회 의료 시스템에 남긴 변화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비극의 시작은 2014년 10월 17일 서울 송파구의 한 병원에서 이뤄진 장협착증 수술이었다. 수술 후 퇴원했던 고인은 이후 극심한 복통과 고열을 호소하며 수차례 병원을 다시 찾았다. 그러나 수술을 집도한 의사 강모씨는 "정상적인 회복 과정"이라며 진통제 등만 처방하고 적극적인 검사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고인은 결국 10월 22일 심정지 상태로 쓰러져 서울아산병원으로 긴급 이송됐으나,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10월 27일 저산소 허혈성 뇌손상으로 최종 사망 선고를 받았다.
사망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는 큰 충격을 안겼다. 고인의 소장과 심낭(심장을 감싸는 막)에서 각각 천공(구멍)이 발견된 것이다. 국과수는 이 천공으로 인해 복막염과 심낭염이 발생했고, 이것이 패혈증으로 악화되어 사망에 이른 것으로 결론 내렸다. 특히 이는 수술로 인한 "의인성 손상" 즉, 의료 행위로 인해 발생한 손상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수사 과정에서 강씨가 고인의 동의 없이 위를 축소하는 수술을 병행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논란은 증폭됐다. 강씨는 "위와 장의 유착을 분리하는 과정에서 위벽이 약화해 위벽 강화술을 시행한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국과수 감정 결과 고인의 위와 장은 유착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심지어 강씨는 유족의 동의 없이 고인의 의료 기록을 인터넷에 무단으로 공개해 의료법 위반 혐의까지 추가됐다.
2015년 검찰은 강씨를 업무상과실치사 및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1심 재판부는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만 유죄로 인정하며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극심한 통증을 호소함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사망이라는 중대한 결과를 초래했다"고 질타하며 원심을 파기,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하고 강씨를 법정 구속했다.
이 기나긴 법정 다툼은 2018년 5월 대법원에서 최종 마무리됐다. 대법원은 강씨에게 징역 1년을 확정했으며, 유족에게 11억 9천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도 확정했다. 이 유죄 판결로 강씨의 의사 면허는 박탈되었다. 고 신해철의 안타까운 죽음은 의료 사고 피해자의 권리 보호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었다. 그 결과, 의료사고 발생 시 의료인의 동의가 없어도 의료분쟁 조정을 개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 이른바 "신해철법"이 통과되어 2016년 11월부터 시행되는 의미 있는 제도적 변화를 이끌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