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직해병" 특별검사팀의 수사가 중대한 분수령을 맞았다.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직접적인 사망 책임을 규명하는 수사에서는 핵심 피의자의 신병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지만,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등 대통령실과 국방부 윗선을 겨눴던 "수사 외압" 의혹 규명은 법원의 문턱에서 제동이 걸렸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오늘(24일) 새벽, 무리한 수색을 지시한 혐의(업무상 과실치사)를 받는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하지만 이 전 장관을 비롯해 수사 외압 의혹에 연루된 5명의 핵심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은 일제히 기각했다. 특검 출범 110여 일 만에 받아든 첫 번째 구속영장 심사 결과가 극명하게 엇갈리면서, 향후 특검 수사의 향방은 안갯속에 빠지게 됐다.
임 전 사단장의 구속 사유는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결정적이었다. 재판부는 특검팀이 주장해 온 임 전 사단장의 수사 방해 행위를 중대하게 받아들였다. 임 전 사단장은 2023년 7월 채 상병 순직 직후부터 최근 구속영장 청구가 임박한 시점까지, 사건 관련 부하 장병들에게 자신에게 유리한 진술을 하도록 회유하고,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뒤늦게 제출하는 등 증거를 인멸하려는 시도를 반복해왔다는 혐의를 받았다. 특검팀은 임 전 사단장이 수해 현장에서 구명조끼 등 기본적인 안전장비도 없이 무리한 수중 수색을 지시해 채 상병을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가 충분히 입증된다고 보고 있다. 반면, 함께 영장이 청구된 최진규 전 대대장에 대해서는 "피의자가 기본적 사실관계를 인정하고 있고 증거가 상당 부분 수집됐다"는 이유로 영장이 기각돼, 특검의 사망 책임 규명 수사는 향후 임 전 사단장에게 집중될 전망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특검 수사의 또 다른 축이었던 "수사 외압" 의혹 수사는 첫 번째 중대 고비를 넘지 못했다. 법원은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과 김계환 전 해병대 사령관, 박진희 전 군사보좌관, 유재은 전 법무관리관, 김동혁 전 군검찰단장 등 5명의 핵심 피의자에 대해 "기본적인 사실관계는 어느 정도 소명된다"고 인정하면서도, "법리적인 측면에서 다툴 여지가 있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이는 특검이 구성한 이 전 장관 중심의 "공모 관계"와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법원이 법리적으로 다퉈볼 부분이 많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재판부는 또한 "현재까지 수집된 증거와 수사 진행 경과, 피의자들의 진술 태도" 등을 고려할 때 구속의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특검팀은 임 전 사단장의 신병을 확보하며 사망 책임 규명의 동력을 얻었지만, "윗선"을 겨눈 외압 의혹 수사에는 상당한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법원이 "법리적 다툼의 여지"를 언급함에 따라, 특검은 혐의 입증을 위한 더욱 견고한 법리 구성이라는 무거운 과제를 안게 됐다. 특검은 즉각 기각 사유를 면밀히 분석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향후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이 전 장관 등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는 방안과, 이미 확보한 증거를 바탕으로 불구속 기소를 강행하는 방안을 두고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