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가유산 사유화" 논란으로 비판의 중심에 선 김건희 씨가 대통령 부인 시절, 국립고궁박물관의 핵심 통제 구역인 수장고까지 출입했던 사실이 27일 뒤늦게 드러났다. 조선 왕실의 국보급 유산이 보관된 수장고는 일반인의 접근은 물론, 전문가의 출입조차 엄격히 통제되는 곳이다. 특히 김 씨의 방문 당시 공식 출입 기록이 전혀 남아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규정을 무시한 "특혜 방문"이자 절차 위반이라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임오경 의원실이 국가유산청으로부터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김 씨는 2023년 3월 2일 국립고궁박물관을 방문했다. 국가유산청이 제출한 경위에 따르면, 김 씨는 당시 박물관 정문으로 들어와 지하 1층 전시관을 둘러본 뒤 곧바로 수장고 구역으로 이동했다. 김 씨가 약 10분간 둘러본 "제2 수장고"는 박물관의 "심장"에 해당하는 공간으로, 국보이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인 "조선왕조실록"과 보물 "조선왕조의궤" 등 핵심 유물 2천 1백여 점이 보관된 1급 보안 시설이다.
현행 규정상 이 수장고에 출입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공식 허가를 신청해야 하며, 학술연구 목적이 명확한 경우 등에 한해 박물관장이 허가서를 발급한 사람만 들어갈 수 있다. 그러나 김 씨의 방문은 이러한 공식 절차를 모두 건너뛴 것으로 파악됐다. 방문 사실이 드러나자 박물관 측은 "당일 유물 정리 등으로 직원들이 수장고에서 작업을 하고 있어 공개한 걸로 사료된다"고 해명했다. 또한 "담당자가 동행해 출입이 이뤄졌으나, 기록 누락으로 파악된다"고 밝혀, 방문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가장 기본적인 출입 기록조차 관리하지 않았음을 시인했다.
임오경 의원은 박물관 측의 해명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임 의원은 "제보에 따르면 김 씨가 수장고에서 '조선왕조의궤'를 보여 달라고 특정해서 요청했다고 한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한 작업 현장 참관이 아니라, 국가유산을 개인적으로 둘러보기 위한 목적이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임 의원은 "일반인 출입이 제한되는 수장고를 개방하게 하고 의궤·실록 등 국가유산을 개인적으로 둘러본 건 명백한 직권남용"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더욱이 김 씨의 방문 며칠 뒤에는 윤석열 전 대통령도 박물관을 방문해 "수장고를 보겠다"고 요구했다는 정황까지 알려지면서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관련 기관의 학예연구사 등 전문가들이 수행해야 할 박물관 수장고 점검을 왜 당시 대통령과 그 부인이 직접 하려 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된다. 이 때문에 당시 대통령 부부가 엄격한 통제 구역인 수장고에 반복적으로 들어가려 했던 정확한 이유와 배경에 대해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