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재명 대통령과의 두 번째 정상회담을 위해 29일 한국을 국빈 방문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성사된 이번 방한은 최고 수준의 의전이 제공되는 "국빈 방문" 형식으로 진행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탑승한 전용기 에어포스원은 이날 오전 11시 35분경 부산 김해국제공항에 도착했으며, 양 정상은 신라의 고도 경주에서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이번 방한은 이재명 정부 출범 후 147일 만에 한미 정상 간 상호 방문을 완성하는 것으로, 역대 최단기간에 이루어진 상호 방문 기록이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을 두 번이나 국빈 자격으로 방문하는 첫 번째 외국 정상으로 기록됐다.
양 정상의 공식 회담은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오찬을 겸해 시작됐다. 대통령실은 이번 회담에서 무역·투자 및 경제 안보 협력, 동맹의 현대화, 한반도 평화 문제를 포함한 한미동맹의 전반적인 발전 방향을 포괄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회담장에는 "피스 릴리" 꽃이 배치되었는데, 이는 "국제 평화를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노력이 한반도에서도 꽃피우기를 기원하는 의미"라고 대통령실은 설명했다.
한국 정부는 이번 방문 일정 전반에 걸쳐 "한반도 평화"의 메시지를 강조하는 데 집중했다. 공식 환영식에서 의장대를 함께 사열한 후,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국 정부의 최고 훈장인 "무궁화 대훈장"을 수여했다. 대통령실은 이에 대해 "한반도 평화 실현을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업적을 평가하고 '피스메이커'로서의 역할을 당부하는 차원"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 대통령은 또한 박물관에 전시된 신라 금관을 함께 관람한 뒤, 한반도에서 장기간 평화 시대를 유지했던 신라의 역사를 상징하는 "천마총 금관" 모형을 선물로 전달했다. 이는 한미가 함께 일구어 나갈 한반도의 평화 공존과 공동 성장의 새 시대를 상징한다고 대통령실은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첫 공식 일정은 국립경주박물관 방문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통 취타대의 선도와 호위 속에서 입장했으며, 이재명 대통령이 천년미소관 앞에서 직접 그를 맞이했다. 두 정상은 함께 박물관 방명록에 서명하고 "트럼프 굿즈" 전시를 둘러보며 환담을 나눴다.
오찬 메뉴 역시 양국의 동맹과 평화의 상징성을 담아 구성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고향인 뉴욕에서의 "성공 스토리"를 상징하는 사우전드 아일랜드 드레싱이 가미된 전채요리를 시작으로, 경주 햅쌀로 지은 밥과 전국 각지의 제철 식재료,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한식 3코스"가 트럼프 대통령의 기호를 고려해 마련됐다. 오찬은 한미 동맹의 "전성기와 평화"를 기원하는 의미의 황금빛 디저트로 마무리됐다. 대통령실은 "식사 전반에 한미 양국의 오랜 동맹과 신뢰, 미래 협력 의지를 담았다"고 전했다.
두 정상은 이날 저녁 "정상 특별 만찬"을 통해 외교 일정을 이어간다. 이 만찬에는 베트남,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태국, 싱가포르 등 인도·태평양 지역 내 주요국 정상들도 참석한다. 대통령실은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이 변화하는 국제정세 속 역내 국가 간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한국이 역내 기술 선도국과 신흥시장 국가 간의 "적극적인 가교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만찬을 통해 정부는 "미국의 핵심 동맹국으로서의 위상과 함께 역내 협력 논의를 주도하는 '아젠다 세터'로서의 역할을 한층 더 제고"하고자 한다고 대통령실은 기대감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