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현 대검찰청 차장검사가 검찰총장 직무대행으로 공식 출근하면서,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사태로 인해 전임 대행이 사퇴하는 등 전례 없는 혼란에 빠진 검찰 조직의 수습이라는 중책을 안고 언론 앞에 섰다. 구 대행은 17일 아침 서울 서초동 대검 청사로 출근하면서 기자들과의 문답을 진행할 예정으로, 그의 입에서 검찰 내부의 기강 확립과 조직 안정화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나올지 주목된다. 구 대행은 지난 14일 대검 차장에 전보 임명된 직후, 어려운 시기에 무거운 책임을 맡았다며 "검찰 조직이 안정화되고 맡은 본연의 책무를 성실히 수행하는 데 최우선 가치를 두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구 대행이 맞닥뜨린 가장 큰 난제는 조직 안정화라는 추상적인 목표와 달리, 검찰의 독립성 훼손 논란을 야기한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피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지난 14일 항소 포기 사태 관련 의견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말씀드릴 기회가 또 있지 않을까 싶다. 이 자리에서는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며 즉답을 회피했다. 이처럼 새로운 수장이 핵심 쟁점에 대해 '침묵'을 유지하는 것은, 해당 사태로 인해 대검 연구관, 부장, 일선 검사장들까지 집단적인 반발을 보이며 전임 노만석 직무대행이 사의를 표명하는 등 내부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상황에서 높은 정치적 부담을 안고 시작함을 의미한다.
구 대행은 현재 두 가지 첨예한 압박 지점 사이에 놓여있다. 첫째는 내부 기강 확립 및 사기 진작이다. 항소 포기 결정 과정에서 법무부의 외압이 작용했다는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만큼, 검사들의 자긍심을 회복하고 총장 공백기에 흔들리는 수사 지휘체계를 재건하는 것이 시급하다. 둘째는 정치권의 공세이다.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는 이미 여야 간의 첨예한 정치 쟁점으로 변질되었으며, 구 대행의 모든 발언은 사법적 판단을 넘어 정치적 해석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안정화를 강조하면서도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수호하는 고도의 줄타기 리더십이 요구된다.
구 대행이 '안정화'를 최우선 가치로 내세운 것은, 당장 논란의 핵심인 항소 포기 경위나 책임 소재를 건드리기보다 조직 전체의 동요를 막는 데 집중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러나 조직의 진정한 안정을 위해서는 갈등의 근본 원인인 항소 포기 사태에 대한 책임 규명과 투명한 경위 설명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전임자의 사퇴가 '시스템 붕괴'에 대한 내부 반발의 결과였다는 점을 감안할 때, 구 대행이 언제까지 이 문제에 대해 침묵을 유지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구자현 대행 체제는 검찰이 내부 위기를 수습하고 행정 사법기관으로서의 권위를 재정립하는 중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며, 잠시 뒤 기자들과의 문답은 그 첫 번째 시험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