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지도부가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사태를 규탄하는 장외 집회를 사흘 연속 이어가며 여권을 향한 공세의 수위를 높이고 있으나, 정작 당 내부에서는 이에 대한 열기가 좀처럼 달아오르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19일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의 핵심 인물인 남욱 변호사 소유 건물 현장 방문에는 소속 의원 중 고작 16명만이 참석하는 저조한 참석률을 기록하며 논란이 일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날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남욱 변호사 소유 건물 앞에서 "대장동 일당 7800억 원 국고 환수 촉구" 규탄대회를 열었다. 이날 현장에는 장동혁 대표와 원외 인사인 김민수, 양향자 최고위원을 포함하여 권영진, 나경원, 박성훈, 박정훈, 박준태, 배현진, 서천호, 서명옥, 윤재옥, 이종욱, 정희용, 정점식, 조배숙, 조성환 의원 등 16명의 의원만이 참석했다. 앞서 17일 용산 대통령실 앞, 18일 법무부 앞에서 진행된 규탄대회에도 각각 30명에서 50명 수준의 의원만이 참석하여 당내 동력 부족에 대한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사흘째 규탄이 이어지는 시점에서 참석률이 더욱 낮아지면서, 국민의힘 지도부의 장외 여론전에 대한 당내 의원들의 피로감 또는 미온적인 태도가 표출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날 저조한 참석률에 대해 "애초 규탄대회에서 현장방문으로 행사 성격을 변경하며 지도부와 사건과 관련 있는 법제사법위원회, 국토교통위원회, 서울시당 등을 중심으로 참석 인원을 한정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당에서 참석 대상으로 지정한 의원(34명) 중에서도 절반가량만이 현장에 나왔다는 점에서, 내부 참석 대상 한정만으로 낮은 참여율을 모두 설명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이날 규탄대회에서 "남욱은 수백억 건물 외에도 수백억 토지를 소유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대장동 항소 포기는 법치 파괴, 사법 파괴를 넘어서 민생 파괴범죄"라고 규정했다. 장 대표는 항소 포기로 날아간 7400억 원 규모의 이익을 언급하며, 이 금액이 "91만 성남시민 전체에게 이재명 대통령이 좋아하는 소비쿠폰 86만원씩을 지급할 수 있는 돈"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국민이 집을 사지 못하도록 부동산 정책을 망가뜨린 상황에서 "대장동 범죄자 일당은 수백, 수천억대 부동산 부자로 만들어준 게 바로 대장동 항소 포기의 실체"라고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이어 "7800억을 전부 회수하지 못한다면 이번 항소 포기에 가담했던 범죄자들, 그게 대통령이든 법무부 장관이든 법무부 차관이든 검찰총장 대행이든 그 누구라도 함께 7800억을 토해내야 할 것"이라며 관련자 전원에 대한 책임을 촉구했다.
나경원 의원은 대장동 사건의 범죄 이익 환수를 위한 입법 활동을 소개했다. 그는 "어제 범죄이익환수 특별법을 발의했다"며, 이 특별법이 친일재산환수특별법 관련 헌법재판소의 선례를 차용하여 공공 이익과 관련된 때는 소급하는 법률이 가능하다는 결정에 기반하고 있음을 밝혔다. 특별법의 주요 내용으로는 소급 적용을 통한 범죄 이익 환수, 민사소송 절차에 의하지 않는 이익 환수, 그리고 산재한 이익 환수에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근거 마련 등을 제시했다. 나 의원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이 법안을 반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공세의 고삐를 조였다. 배현진 의원은 남욱 변호사의 부인이자 자신의 문화방송(MBC) 기자 시절 동료였던 정시내씨를 직접 언급하며 대장동 사기극의 시작과 과정을 비판했다. 배 의원은 남 변호사 부부가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호화생활을 누렸던 사실을 언급하며, "이 사람들이 강남 일대 부동산을 현금화해서 어디로 도망가려는지 모르지만 이런 사실이 매우 처참하다"고 격앙된 목소리를 냈다. 그는 국민의힘이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이 도둑들이 호의호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
이번 국민의힘의 장외 규탄은 당 지도부의 강력한 대여 공세 의지와는 달리, 저조한 의원 참여율로 인해 당내 결속력에 대한 의문을 남겼다. 향후 국민의힘이 이 사건을 정국 주도권 확보의 동력으로 삼을 수 있을지 여부는 나경원 의원이 발의한 특별법의 국회 통과 여부와 당 차원의 후속 대응에 달려있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