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연말연시를 앞두고 한반도 긴장 수위를 높이는 고강도 무력 시위를 단행했다. 조선중앙통신을 비롯한 북한 관영 매체들은 지난 28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현지 지도하는 가운데 장거리전략순항미사일 발사 훈련을 실시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이번 발사는 평양 순안 일대에서 감행되었으며, 북한은 이번 훈련을 통해 자국 핵 전투 무력의 실전 배치 능력과 신뢰성을 대내외에 과시하려는 의도를 분명히 했다.
조선중앙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발사된 장거리전략순항미사일들은 서해 상공에 설정된 타원 및 "8"자형 비행 궤도를 따라 약 1만 여 초(약 2시간 46분) 동안 비행하여 목표한 해상 표적을 정확히 타격했다. 북한은 미사일의 구체적인 비행 거리나 고도를 명시하지 않았으나, 비행 시간으로 미루어 볼 때 한반도 전역은 물론 주일 미군 기지까지 사정권에 두는 성능을 시험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전략"이라는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이 미사일이 전술핵 탄두 탑재를 목적으로 개발되었음을 재확인했다.
현장에서 훈련을 참관한 김정은 위원장은 결과에 커다란 만족을 표시하며 "우리 국가의 핵 전투 무력을 무한대하고 지속적으로 강화 발전시키는 사업에 계속 총력을 다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또한 어떠한 군사적 위기 상황에서도 주도권을 확고히 틀어쥐고 적들을 압도할 수 있는 공세적인 대응 태세를 주문했다. 이는 한미 당국의 확장 억제 강화와 최근 대통령실의 청와대 복귀 등 남측의 국정 변화 흐름에 맞서 강대강 정면 승부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 군 합동참모본부 역시 북한의 도발 징후를 실시간으로 포착했다. 합참 관계자는 28일 오전 8시경 평양 순안 인근에서 발사된 미사일 수 발을 감지했으며, 비행 궤적과 제원 등을 정밀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군 당국은 북한의 순항미사일이 변칙적인 저고도 비행을 통해 우리 측 레이더망을 회피하려는 특성이 있는 만큼, 한미 공조 하에 감시 및 경계 태세를 한층 강화하고 있다. 특히 연말연시 분위기를 틈탄 추가적인 탄도미사일 발사나 국지도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대북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번 도발이 단순한 기술 시험을 넘어선 고도의 정치적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김정은 체제의 군사적 성과를 결속의 지렛대로 활용하고, 외부적으로는 미국의 정권 교체기나 남한의 행정 체계 정비기를 노려 존재감을 각인시키려 한다는 분석이다. 또한 저고도로 장시간 비행하며 정밀 타격이 가능한 순항미사일은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KAMD)에 실질적인 위협이 될 수 있어, 우리 군의 방어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북한의 무분별한 도발 행위를 강력히 규탄하며, 굳건한 한미 연합 방위 태세를 바탕으로 북한의 어떠한 위협도 무력화할 수 있는 압도적 대응 능력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이 핵과 미사일에 집착할수록 국제적 고립은 심화될 뿐"이라며 대화의 장으로 나올 것을 촉구했다. 하지만 북한이 "핵 무력의 지속적 강화"를 공언한 만큼, 새해 초까지 한반도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감은 최고조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