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수출 호조에 힘입어 우리나라 경상수지가 월간 기준 역대 최대 흑자 기록을 갈아치웠다. 한국은행이 6일 발표한 '2025년 12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경상수지는 187억 달러(약 27조 4천억 원) 흑자로 집계됐다. 이는 11월에 세운 종전 기록(129억 달러)을 한 달 만에 58억 달러 이상 상회한 수치다.
이로써 경상수지는 32개월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가게 됐다. 연간 누적 흑자 규모 역시 1,230억 5천만 달러(약 180조 원)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달성했다. 연간 흑자가 1,000억 달러를 넘어선 것은 2015년(1,051억 달러) 이후 10년 만이며, 규모 면에서도 역대 두 번째 기록을 큰 폭으로 앞질렀다.
기록적인 흑자를 견인한 핵심 동력은 상품수지였다. 12월 상품수지는 188억 5천만 달러 흑자를 기록하며 이 또한 역대 최대치를 찍었다. 반도체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13.1% 증가한 716억 5천만 달러를 기록하며 전체 실적을 끌어올린 결과다. 반면 수입은 528억 달러로 1.7% 증가하는 데 그쳐 수출입 차익이 극대화됐다.
본원소득수지는 국내 기업들의 배당 소득 유입이 늘어나며 47억 3천만 달러 흑자를 기록해 경상수지 개선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서비스수지는 여행수지 적자가 확대되면서 36억 9천만 달러 적자를 냈다. 해외 여행객 증가에 따른 지급액이 늘어나면서 전체 경상수지 흑자 폭을 일부 상쇄했다.
금융계정은 순자산이 237억 7천만 달러 증가했다. 증권투자의 경우 내국인의 해외 주식 투자가 활발히 이어졌고, 외국인의 국내 투자는 채권을 중심으로 유입되며 86억 9천만 달러를 기록했다. 직접투자는 내국인의 해외 투자와 외국인의 국내 투자가 동시에 늘어나는 양상을 보였다.
수출 중심의 흑자 구조가 고착화되면서 대외 건전성은 강화됐으나, 내수 부진과 서비스수지 적자 고착화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반도체 단가 상승과 물량 증가가 맞물린 결과라고 설명하면서도, 대외 경제 불확실성에 따른 변동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번 실적 발표로 우리 경제의 기초 체력은 확인됐으나, 특정 품목에 편중된 수출 구조와 서비스 경쟁력 약화는 향후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았다. 반도체 사이클 변화에 따라 경상수지 변동 폭이 비대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