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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사기 가격 5배 폭리 엄단하라"…의협, 유통업계 매점매석 비판

이지원 기자 | 입력 26-04-22 18:10



대한의사협회가 중동 전쟁 여파를 틈타 주사기 등 필수의료 소모품의 가격을 5배 이상 올려 파는 일부 유통업체의 행태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의협은 22일 정례 브리핑을 통해 "수급 불안을 해소하려는 정부 노력을 비웃듯 폭리를 취하는 업체들이 있다"며 이들에 대한 강력한 단속과 엄단을 촉구했다.

의협이 지적한 현장의 실태는 심각한 수준이다. 원래 제품을 공급하던 전용 쇼핑몰에서는 '품절'로 표시해둔 뒤, 쿠팡 등 외부 오픈마켓 플랫폼에서 기존 가격보다 훨씬 비싼 가격으로 제품을 올려 판매하는 편법 사례가 확인되고 있다. 의협은 이를 "국가적 위기 상황을 이용해 자신들의 이익만 취하는 행위"로 규정하고, 의료 유통업계 역시 국민 건강의 동반자로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의료 소모품 가격 폭등의 근본 원인은 중동 전쟁 장기화로 인한 석유화학 원재료 '나프타'의 수급 불안에 있다. 주사기와 수액 세트 등은 원재료 비중이 높아 유가 변동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미 일부 제조사는 원가 상승을 이유로 주사기 단가를 15~20% 인상하겠다고 통보한 상태다.

문제는 주사기 등 소모품이 건강보험 수가 체계상 '별도 산정 불가' 품목으로 묶여 있다는 점이다. 의료기관은 소모품 가격이 폭등해도 환자에게 재료비를 따로 청구할 수 없어 진료를 할수록 손실이 커지는 구조에 직면해 있다. 의협은 "수가 인상률은 1%대에 그치는데 재료비는 한 번에 20%씩 오르고 있다"며 근본적인 수가 체계 현실화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수급 대란을 막기 위해 지난 14일 자정을 기점으로 '주사기 및 주사침 매점매석행위 금지 등에 관한 고시'를 전격 발령했다. 이에 따라 제조·판매업자가 폭리를 목적으로 물량을 쌓아두거나 정당한 이유 없이 판매를 기피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고시는 오는 6월 30일까지 적용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고시 시행에 맞춰 전담 신고센터를 설치하고 35개 조 규모의 특별단속반을 투입해 현장 점검을 벌이고 있다. 오유경 식약처장은 "위기 상황을 이용한 매점매석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며 시장 교란 행위에 대한 단호한 대응 의지를 밝혔다.

의료계 현장에서는 정부의 매점매석 금지 조치가 이미 물량이 빠져나간 뒤에 나온 '뒷북 대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유통 단계에서의 왜곡된 가격 형성이 의료기관의 경영 악화로 직결되고 있는 만큼, 정부의 단속 실효성과 더불어 치료 재료대 분리 산정 등 구조적 해결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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