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 이만희 총회장이 국민의힘 집단 입당 의혹으로 구속됐다. 검·경 합동수사본부가 정교유착 의혹 수사에 착수한 뒤 교단 최고 책임자의 신병을 확보하면서 수사는 신천지 내부 지시 체계와 정치권 접촉 여부를 겨냥하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김진만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4일 정당법 위반과 업무방해 혐의를 받는 이 총회장에 대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진행한 뒤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 총회장은 이날 법원에 출석해 영장심사를 받았고, 법원은 95세 고령에도 구속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 총회장은 2021년부터 2024년까지 국민의힘 대선 경선과 총선 경선 등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신도들에게 당원 가입을 강요하거나 조직적으로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합수본은 신천지가 지역별 조직을 동원해 신도들을 국민의힘 당원으로 가입시키는 과정을 관리했다고 보고 있다.
수사팀은 신천지가 이른바 "필라테스 프로젝트" 등의 이름으로 대규모 입당을 추진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합수본은 신도 약 5만 명이 국민의힘 당원으로 가입한 것으로 보고, 입당 지시가 어느 단계에서 내려졌는지와 실제 경선 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정당법은 본인의 자유의사에 반해 정당 가입이나 탈당을 강요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개인 신도가 정치적 의사에 따라 정당에 가입하는 것은 권리의 영역이지만, 종교단체가 내부 위계와 조직을 활용해 특정 정당 가입을 사실상 강제했다면 법적 책임이 달라진다.
영장에는 업무방해 혐의도 포함됐다. 합수본은 신천지 신도들의 대규모 조직 가입이 국민의힘의 당원 관리와 경선 업무에 지장을 줬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원 구성은 당내 경선 결과와 직결될 수 있는 만큼, 조직적 가입 여부와 규모는 이번 수사의 핵심 쟁점이다.
합수본은 지난 1월 출범 이후 신천지 총회본부와 국민의힘 당사 등을 압수수색해 신도 명부와 당원 명부, 내부 문건 등을 확보했다. 이후 신천지 핵심 간부들을 조사하며 지시와 보고 체계를 추적해 왔다. 이 총회장에 앞서 교단 2인자로 꼽힌 고동안 전 총무 등 관계자들도 구속됐다.
이 총회장은 앞선 조사에서 혐의를 대체로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법원이 증거인멸 우려를 인정하면서 합수본은 구속 상태에서 교단 내부 지시 구조와 정치권 접촉 정황을 집중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이번 사건은 종교단체의 정치 참여와 정당 경선의 경계를 다시 묻고 있다. 종교인이 개인 자격으로 정치적 선택을 하는 것과, 종교조직이 구성원을 동원해 특정 정당 경선에 영향을 미치려 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특히 당원 가입 규모가 수만 명대로 거론되면서 사건의 정치적 파장도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과 정치권도 수사 흐름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다. 현재 구속영장의 직접 대상은 이 총회장과 신천지 측의 조직적 입당 관여 의혹이지만, 향후 수사 과정에서 정치권 관계자와의 접촉 여부가 확인될 경우 파장은 더 커질 수 있다. 합수본은 당원 가입 과정에서 누가 요청했고, 누가 전달했으며, 어느 선까지 보고됐는지를 살필 것으로 보인다.
이 총회장 구속으로 수사는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 남은 쟁점은 신천지 내부 지시가 실제로 존재했는지, 신도들이 자유의사 없이 입당했는지, 대규모 가입이 국민의힘 경선 업무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다. 법원의 영장 발부는 수사의 출발점일 뿐, 종교조직과 정당정치가 어디에서 선을 넘어섰는지는 앞으로의 재판과 수사에서 가려질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