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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계엄은 민주주의를 배신한 선택이었다…권력은 국민 위에 설 수 없다

이명기 논설위원 (대기자) | 입력 26-07-10 09:03




대한민국 헌정사는 숱한 위기를 극복하며 오늘의 민주주의를 일궈냈다. 4·19혁명, 부마민주항쟁, 5·18민주화운동, 6월 민주항쟁을 거치며 국민은 피와 눈물로 헌법의 가치를 지켜냈다. 그 중심에는 단 하나의 원칙이 있었다. 어떠한 권력도 국민과 헌법 위에 설 수 없다는 원칙이다.

그렇기에 비상계엄 논란은 단순한 정치적 사건으로 치부할 수 없다. 계엄은 국가의 존립이 심각하게 위협받는 상황에서만 허용되는 헌법상 최후의 수단이다. 정치적 갈등이나 국정 운영의 난맥을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검토되거나 활용되어서는 안 된다. 민주주의는 대화와 타협, 국민의 선택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제도이지, 국가 권력을 앞세워 정치적 위기를 돌파하는 체제가 아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국민으로부터 국가 운영을 위임받은 최고 공직자였다. 대통령의 권한은 막강하지만, 그 권한은 어디까지나 헌법과 법률의 테두리 안에서 행사될 때만 정당성을 갖는다. 권력이 법을 넘어서는 순간 민주주의는 흔들리고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위협받는다.

이번 사법 절차는 특정 정치세력의 승리나 패배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 법원이 인정한 범위 내에서 법과 증거에 따라 판단이 이루어졌다면, 그 결과는 민주주의 국가의 사법 절차로 존중되어야 한다. 동시에 남아 있는 사건들 역시 독립된 재판에서 충분한 심리와 적법절차를 거쳐 판단되어야 한다. 그것이 법치주의의 기본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번 사건이 우리 사회에 던지는 교훈이다. 대한민국은 다시는 계엄이라는 단어가 정치적 해법으로 거론되는 나라가 되어서는 안 된다. 국민은 이미 역사 속에서 계엄이 가져온 상처와 고통을 경험했다. 자유를 제한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위축시키는 방식은 결코 민주공화국의 미래가 될 수 없다.


정치는 국민을 위한 봉사여야 한다. 정권은 유한하지만 헌법은 영속한다. 권력은 바뀌지만 민주주의의 원칙은 변해서는 안 된다. 국민이 선출한 권력일수록 더 큰 절제와 더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한다.

이번 일을 계기로 정치권 모두가 깊이 성찰해야 한다. 상대를 적으로 규정하고 극한 대결만 반복하는 정치문화는 결국 국가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국민을 분열시킬 뿐이다. 여당도, 야당도 헌법의 가치와 민주주의 원칙 앞에서는 예외가 될 수 없다.

대한민국은 위기 속에서도 민주주의를 지켜낸 나라다. 이제 필요한 것은 과거를 반복하는 정치가 아니라 미래를 준비하는 정치다. 법치주의를 흔드는 어떤 시도도 용납되지 않는 사회, 권력이 국민을 두려워하고 국민이 국가를 신뢰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계엄은 민주주의를 지키는 제도가 아니라, 최후의 예외적 장치다. 그 예외가 일상으로 스며드는 순간 민주주의는 무너진다. 우리는 이번 일을 계기로 다시 한번 헌법의 의미를 되새겨야 한다.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오며, 헌법은 그 권력을 제한하기 위해 존재한다.

그 원칙만 흔들리지 않는다면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앞으로도 더욱 성숙해질 것이다. 그것이 역사가 우리에게 남긴 교훈이며, 다음 세대에게 반드시 물려주어야 할 가장 소중한 유산이다.

이명기 논설위원(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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