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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실종 허위 종결' 여파…고평기 치안정감 승진 무산, 경찰 고위직 81% 교체

백설화 선임기자 | 입력 26-09-02 09:17



제주 실종사건 허위 종결 사태로 관리·감독 책임론이 제기된 고평기 제주경찰청장의 치안정감 승진이 무산됐다. 정부는 김종철 경남경찰청장을 경찰청 차장에 임명하는 등 경찰 고위직을 대폭 교체했다. 전국 18개 시도경찰청장 가운데 14명이 바뀌었다.

정부는 1일 밤 2026년 하반기 치안정감·치안감 전보 인사를 단행했다. 경찰청 차장에는 김종철 경남경찰청장, 서울경찰청장에는 고범석 전남경찰청장, 인천경찰청장에는 유승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수사기획조정관이 각각 임명됐다.

김종철·고범석·유승렬은 지난달 12일 치안정감 승진자로 내정된 뒤 이번 인사를 통해 새 보직을 받았다. 치안정감은 치안총감인 경찰청장 바로 아래 계급으로 경찰청 차장과 국가수사본부장, 경찰대학장, 서울·부산·인천·경기남부경찰청장 등 7개 자리다.

김종철 신임 경찰청 차장은 공석인 경찰청장의 직무대행도 맡는다. 경찰청장 자리는 2024년 12월 비상계엄 사태 이후 1년 9개월째 비어 있다. 김 차장은 이호영·유재성 전 차장에 이어 세 번째 직무대행을 맡게 됐다.

이번 인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고평기 제주경찰청장의 승진 미임용이다.

고 청장은 지난달 12일 김종철·고범석·유승렬과 함께 치안정감 승진자로 내정됐지만 이번 인사에서는 치안정감 보직을 받지 못했다. 대신 현재와 같은 치안감 직위인 경찰청 생활안전교통국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고 청장의 승진이 최종 단계에서 이뤄지지 않은 데는 최근 제주에서 발생한 실종사건 허위 종결 사태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경찰이 고 청장의 승진 미임용 사유를 공식적으로 해당 사건 때문이라고 발표한 것은 아니다.

제주에서는 실종 신고를 접수한 경찰관이 실제 수색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사건을 종결한 사실이 드러나 파장이 이어졌다. 이후 해당 실종자가 숨진 채 발견되면서 초동 대응과 지휘·감독 체계를 둘러싼 책임론이 제주경찰청 전체로 확대됐다.

경찰은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경찰관을 긴급체포하는 등 수사에 착수했고 실종사건 처리 과정과 보고·지휘체계 전반을 들여다보고 있다. 고 청장 역시 피해자 빈소를 찾아 유족에게 사과했다.

고 청장이 떠난 제주경찰청장 자리에는 김병찬 경찰청 경무인사기획관이 임명됐다.

경찰 지휘부 전체도 대폭 바뀌었다. 전국 18개 시도경찰청장 가운데 14명, 78%가 이번 인사에서 교체됐다. 전체 치안감 직위로 범위를 넓히면 교체 비율은 81%에 달한다.

경찰청은 이번 시도경찰청장 인사에 출신지나 연고지 근무를 배제하는 "향피제"를 전면 적용했다. 지역 경찰과 토착 세력 사이의 유착 가능성을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최근 장윤기 사건 등을 거치면서 지역 경찰의 유착 문제와 수사 신뢰도에 대한 논란이 이어진 점도 인사 배경에 놓여 있다. 경찰청은 후속 인사에서도 시도경찰청 청문감사인권담당관 등 주요 직위까지 향피제 적용을 확대할 방침이다.

국가수사본부의 핵심 수사지휘 라인도 교체됐다. 김광식 서울 관악경찰서장이 국가수사본부 수사기획조정관으로 이동하고 오승진 서울경찰청 수사부장이 국가수사본부 수사국장을 맡는다.

오는 10월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을 앞두고 경찰의 수사 책임이 커지는 상황에서 수사 경험이 있는 인력을 국수본 주요 보직에 배치한 것이다.

지역 경찰청장 인사도 큰 폭으로 이뤄졌다. 광주경찰청장에는 양영수 서울경찰청 101경비단장, 울산경찰청장에는 최보현 서울경찰청 수사차장, 경기북부경찰청장에는 이승협 경찰청 범죄예방대응국장이 임명됐다.

강원경찰청장은 곽병우 경찰청 대변인, 충북경찰청장은 박종섭 서울경찰청 생활안전차장이 맡는다. 충남경찰청장 직무대리에는 이서영 경찰청 생활안전교통국장 직무대리가 배치됐다.

전남경찰청장에는 박헌수 치안감, 경남경찰청장에는 이재영 전북경찰청장이 각각 이동했다.

이번 인사로 차기 경찰청장 후보군도 다시 좁혀졌다. 경찰청장은 치안정감 가운데 임명되는 만큼 새로 보직을 받은 김종철 경찰청 차장과 고범석 서울경찰청장, 유승렬 인천경찰청장 등이 후보군에 포함된다.

특히 고평기 제주경찰청장이 승진 내정 이후 치안정감으로 최종 임용되지 못하면서 제주 실종사건을 둘러싼 책임 문제가 일선 담당자를 넘어 지휘부 인사에까지 영향을 미친 셈이 됐다. 경찰이 시도청장 78%를 한꺼번에 교체하고 향피제를 전면 적용한 만큼 대규모 인사가 최근 잇따른 경찰 수사와 지휘·감독 논란을 실제 현장에서 얼마나 바로잡을 수 있을지가 남은 문제다.

백설화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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