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의 한 경찰서장이 구내식당 식권 구매 문제로 갈등을 빚은 수사팀장을 다른 부서로 전보했다는 내부 고발이 접수돼 경찰청이 감찰에 착수했다. 해당 팀장은 인사 조치 직후 휴직에 들어갔고, 경찰청은 인사 과정에 보복성 조치가 있었는지 확인할 방침이다.
문제의 발단은 경찰서 구내식당 운영 방식 변경이었다. 해당 경찰서는 만성적인 적자를 줄이고 식당 이용률을 높이기 위해 기존 식권을 없애고 새로운 식권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직원 급여에서 매달 일정 금액을 공제하는 방식도 검토됐다.
그러나 외근이 잦거나 구내식당을 거의 이용하지 않는 직원들 사이에서는 식권을 의무적으로 구매해야 하는지를 두고 불만이 제기됐다. 기존 식권을 많이 보유하고 있어 새 식권이 필요하지 않다는 의견도 나왔다.
수사팀장으로 근무하던 A 경감 역시 평소 구내식당을 이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새 식권을 구매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담당 부서도 직원 개인의 의사에 따라 구매 여부를 결정하면 된다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이후 열린 인사위원회에서 A 경감의 식권 구매 문제를 둘러싼 발언이 나왔다는 것이 내부 고발의 핵심이다. 김 모 경무관은 회의에서 A 경감을 거론하며 "서장에게 반기를 드는 사람과는 함께 일할 수 없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A 경감에게 주취자보호센터나 지구대 가운데 한 곳을 선택하도록 하라는 지시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간부가 수사팀원으로 근무할 기회를 남겨두자고 만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결국 A 경감은 수사부서에서 지구대로 인사 발령을 받았고, 발령 직후 휴직에 들어갔다. 경찰 내부에서는 식권 구매 거부가 인사 불이익으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고, 지난달 국민신문고를 통해 관련 내용이 접수됐다.
경찰청은 최근 감찰에 착수해 인사위원회 당시 발언과 인사 결정 과정, 식권 제도 도입과 전보 조치 사이의 연관성을 살펴보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인사 조치 전반에 석연치 않은 정황이 있다며 김 경무관을 직접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경무관은 현재 경찰청으로 자리를 옮긴 상태다. 그는 당시 발언에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는 있지만, A 경감의 평소 근무 태도 등을 종합해 인사권자로서 판단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이번 인사가 갑질이나 규정 위반, 인사 전횡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번 사안의 쟁점은 식권 구매 여부가 실제 인사 판단의 주요 사유였는지, 그리고 경찰서장의 인사권 행사가 부하 직원에 대한 보복이나 압박으로 볼 수 있는지다. 감찰 결과에 따라 단순한 인사 판단인지, 직권 남용이나 조직 내 갑질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판단도 달라질 수 있다.
경찰청은 관련자 조사와 인사 자료 확인을 통해 사실관계를 규명할 예정이다. 특히 인사위원회에서 어떤 발언이 오갔는지와 A 경감의 전보 사유가 공식 문서에 어떻게 기록돼 있는지가 핵심 확인 대상이 될 전망이다.
박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