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새로운 형사사법체계가 시행되면서 경찰이 전국 단위 비상대응체제에 들어갔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건 지연과 기관 간 책임 떠넘기기를 막기 위해 중요 사건을 단계별로 점검하고, 보완수사 요구에 대응하는 별도 관리체계도 운영하기로 했다.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에 따라 앞으로 대부분의 형사사건 수사는 경찰이 맡는다. 공소청 검사는 경찰 등 수사기관이 넘긴 사건의 기소 여부를 판단하고 재판에서 공소를 유지한다. 중대범죄수사청은 법률이 정한 중대범죄 수사를 담당한다.
경찰은 제도 시행 첫날인 2일 오전 전국 18개 시도경찰청장 주재로 각 시도청과 경찰서 수사부서장을 소집해 비상대응체계와 현장 조치 사항을 점검했다. 전날에는 김종철 경찰청장 직무대행과 홍석기 국가수사본부장, 시도경찰청 수사 지휘부, 경찰서장 등이 참석한 전국 수사 지휘관 회의도 열렸다.
경찰서장급 이상 수사 지휘관들이 전국 단위로 한자리에 모인 것은 2024년 8월 이후 약 25개월 만이다. 수사와 기소가 분리된 새 체계에서 경찰의 역할과 책임이 동시에 커진 만큼, 시행 초기부터 전국 수사 지휘부가 직접 현장 상황을 관리하겠다는 취지다.
경찰이 가장 경계하는 문제는 사건이 경찰과 공소청 사이를 반복해서 오가는 이른바 ‘사건 핑퐁’이다. 사건 처리 주체가 명확하지 않아 수사가 늦어지거나 피해자의 권리구제가 지연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 중요 사건과 검사 보완수사 요구 사건을 경찰서, 시도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단계별로 점검한다.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가 사라진 만큼 경찰 수사의 완결성도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공소청 검사가 보완수사를 요구하면 경찰이 직접 추가 수사를 진행해야 하며, 원칙적으로 요구받은 날부터 1개월 안에 이행해야 한다. 상당한 이유가 있을 경우에는 1개월 범위에서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경찰은 보완수사 요구가 특정 수사관이나 부서에 집중되지 않도록 전담체계를 마련했다. 단순한 추가 확인은 기존 담당 수사관이 처리하고, 법리 판단이나 수사 방향 설정이 필요한 사건은 담당관이 먼저 내용을 검토한 뒤 일선 수사팀에 배분하는 방식이다.
제도 변화에 대비한 사전 준비도 진행됐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수사관 약 3만8,000명을 대상으로 개정 형사소송법과 변경된 사건 처리 절차를 교육했다. 사건 접수부터 송치, 보완수사 요구, 재수사 요구와 이의신청에 이르는 절차를 담은 수사실무지침도 마련했다.
형사사법정보시스템도 중수청과 공소청 사이에 사건 자료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개편됐다. 경찰은 올해 상·하반기에 걸쳐 약 4,000명을 수사부서에 추가 배치했으며, 시행 초기에는 현장 상황에 따라 추가 인력을 투입할 방침이다.
피해자 보호 절차도 강화된다. 경찰은 사건 접수 이후 수사 진행 상황과 종결 결과를 피해자에게 충실히 알리고, 온라인 통지 방식도 확대하기로 했다. 사건 처리 과정에서 피해자가 수사 진행 상황을 알지 못해 장기간 기다리는 일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김종철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전날 수사 지휘관 회의에서 “새로운 형사사법체계 안착의 성패는 현장에 달려 있다”며 경찰서장이 시행 초기 혼선과 애로사항을 직접 챙겨야 한다고 당부했다.
경찰의 수사 권한과 책임이 함께 확대된 가운데, 새 체계가 안정적으로 작동할지는 사건 처리 속도와 수사 품질에 달려 있다. 특히 기관 간 업무 조율 과정에서 사건이 지연되지 않도록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고, 숙련된 수사관을 확보하는 일이 경찰의 핵심 과제로 남았다.
이수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