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협의를 통해 러시아산 경유를 미국과 세계 시장에 대규모로 공급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도 러시아산 경유 수입을 허용하는 한시적 제재 완화 조치에 나서면서 대러시아 에너지 제재 기조에 변화가 나타날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 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푸틴 대통령과 매우 성공적인 협의를 마쳤다며 러시아가 미국과 세계 시장에 즉시 30만 톤 이상의 경유를 공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오는 11월 추가로 50만 톤을 공급하고, 이후 100만 톤을 더 공급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내 정유시설 상황에 따라 단기간 내 300만 톤을 추가 공급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이번 합의는 최근 급등한 미국 경유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산 경유 공급 발표에 앞서 공개 연설에서 경유 문제와 관련해 곧 중대한 소식이 있을 것이라며 가격을 빠르게 낮추겠다는 뜻을 밝혔다.
미국 재무부도 러시아산 경유가 미국 시장 등에 공급될 수 있도록 한시적인 제재 완화 조치를 발표했다.
미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2022년부터 러시아산 경유 수입을 금지해 왔다. 이번 조치는 기존 대러시아 에너지 제재에 일부 예외를 허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시장도 즉각 반응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 직후 미국 경유 선물 가격은 하락세를 보였다. 러시아산 경유 공급이 실제로 확대될 경우 글로벌 공급 우려를 일부 완화할 수 있다는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이란전이 곧 끝날 것이며 현재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유통도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통제와 러시아산 에너지 공급 확대가 맞물리면 세계 경유 가격이 빠르게 하락할 것이라는 입장도 밝혔다.
이번 조치는 다음 달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나왔다는 점에서도 관심을 끈다.
경유 가격 상승은 트럭 운송업계와 농업 종사자 등 경유 사용 비중이 높은 계층에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에 따라 연료 가격 안정은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 경제 과제로 떠오른 상황이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조치가 고유가와 전쟁 장기화에 대한 유권자들의 부담을 낮추기 위한 대응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반면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을 허용할 경우 러시아에 새로운 자금줄을 제공하고 기존 대러시아 제재의 효과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러시아산 석유제품의 미국 시장 공급이 확대될 경우 미국의 대러시아 제재 정책 전반에도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미국 정부는 이번 조치를 전면적인 제재 해제가 아니라 급등한 연료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한 제한적이고 일시적인 조치로 보고 있다.
향후 러시아산 경유가 실제로 어느 정도 규모와 속도로 시장에 공급될지, 이번 조치가 미국 내 경유 가격과 국제 에너지 시장, 대러시아 제재 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주요 관심사로 떠오를 전망이다.
백설화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