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당 관계자나 프로축구 구단을 사칭해 음식점 예약을 하고 나타나지 않는 이른바 '노쇼' 사기가 잇따르는 가운데, 대학 교직원을 사칭해 행사 대행업체에 접근하는 유사 범죄까지 확인돼 업계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이들은 기관의 공신력을 내세워 접근한 뒤 특정 납품업체를 지정하며 선입금을 유도하는 동일한 수법을 사용하고 있어 피해 확산이 우려된다.
전북 지역의 한 행사대행업체는 지난 5월 31일, 자신을 원광대학교 교직원이라고 밝힌 인물로부터 "대학 행사를 급하게 맡기고 싶다"는 연락을 받았다. 해당 인물은 행사 간식으로 훈제 닭다리 4,000개가 필요하다며 서울의 한 시장에 있다는 특정 식품 납품업체를 지정해주고, 계약금 명목의 선입금을 요구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피해 업체 관계자는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사칭범이 보내준 명함 속 이름을 검색해보니 실제로 원광대학교에 동명이인 직원이 재직 중인 것을 확인했다"며 "이 때문에 처음에는 의심하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하지만 행사 진행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비정상적으로 급한 일정을 제시하고 소통 방식이 매끄럽지 않은 점 등을 수상히 여겨 실제 대학 직원에게 직접 연락을 취했고, 그제야 사기임을 인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행사 일정을 촉박하게 제시해 정상적인 판단을 흐리게 만드는 것이 사기범들의 전형적인 수법인 것 같다"며, "이벤트 업계 관계자들이 모인 SNS를 확인해보니 우리와 똑같은 방식으로 사기를 당한 업체가 서너 곳 더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와 같은 사칭 사기는 비단 대학가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지난달 30일, 프로축구 구단 전북현대는 구단 명의를 도용해 선수단 회식을 허위로 예약하고 식당에 금전적 피해를 입히는 사기 사례가 발생했다며 공식적으로 주의를 당부하기도 했다. 앞서 같은 달 10일에는 전북 군산에서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를 사칭해 음식점에 대량 예약을 시도한 유사 사건이 확인되는 등, 공신력 있는 기관을 사칭한 범죄가 특정 지역과 업종을 가리지 않고 벌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사기 수법이 단체나 기관의 이름으로 대량 주문을 넣어 자영업자들을 안심시킨 뒤, 지정된 유령 업체에 물품 대금을 먼저 보내도록 유도해 돈을 가로채는 방식이라고 분석한다. 특히 검증이 어려운 외부 납품업체를 끼워 넣고 급한 일정을 핑계로 차분한 판단을 방해하는 만큼, 대량 주문이나 선입금을 요구하는 경우 반드시 공식적인 경로를 통해 담당자와 기관의 실체를 재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