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핵시설 공격에 대한 이란의 보복 조치가 세계 경제의 급소를 정조준했다. 이란 의회(마즐리스)가 22일(현지시간) 전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는 법안을 전격 의결했다. 실제 봉쇄로 이어질 경우 국제 유가가 배럴당 130달러까지 치솟는 등 세계 경제에 재앙적인 충격이 가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이란 국영 프레스TV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란 의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어 미국의 군사적 도발에 대응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모든 선박의 운항을 통제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에스마일 쿠사리 의회 국가안보위원장은 "해협 봉쇄는 미국의 침략에 대한 우리의 합법적인 권리 행사"라고 주장하며 의결 사실을 확인했다. 다만 그는 "봉쇄 실행에 대한 최종 결정권은 최고지도자의 승인을 받는 최고국가안보회의(SNSC)에 있다"고 덧붙여, 아직 실행 단계는 아님을 시사했다.
그러나 의회의 이번 결의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전략적 무기'로 사용하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한 것으로,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을 최고조로 끌어올리고 있다.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잇는 호르무즈 해협은 가장 좁은 곳의 폭이 약 33km에 불과하지만, 전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약 25%, 액화천연가스(LNG) 수송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세계 에너지 안보의 대동맥이다.
이곳이 막힐 경우 세계 경제는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지게 된다. 당장 국제 유가는 통제 불가능한 수준으로 치솟을 전망이다. 앞서 JP모건은 보고서를 통해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경우 국제유가가 단기간에 배럴당 120달러에서 130달러 수준까지 폭등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는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을 촉발하고,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위협이다.
특히 원유의 70% 이상을 중동에 의존하고, 그 대부분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들어오는 우리나라는 직격탄을 맞게 된다. 에너지 가격 급등은 국내 산업 경쟁력 약화와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즉각 이어져 민생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정부 역시 관련 소식이 전해지자 긴급 경제상황점검회의를 소집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즉각적인 군사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그동안 호르무즈 해협의 항행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을 중동 정책의 핵심으로 삼아왔으며, 미 해군 5함대가 인근 바레인에 주둔하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왔다. 이란의 봉쇄 시도는 곧바로 미군과의 무력 충돌로 이어져 중동 지역 전체가 거대한 전쟁의 화염에 휩싸일 수 있음을 의미한다. 전 세계가 숨죽이며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의 최종 결정을 예의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