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1호 수사’ 대상인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의 실체를 규명하기 위해 칼을 빼 들었다. 특검팀은 9일, 주가조작 의혹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정창래 전 삼부토건 대표와 오일록 현 대표를 피의자 신분으로 동시에 소환해 조사하며 강제수사 착수 이후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검팀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정 전 대표와 오 대표를 서울 광화문에 위치한 특검 사무실로 불러 조사에 들어갔다. 이번 소환은 지난 3일 삼부토건 본사와 경영진 자택 등을 전격 압수수색하며 본격적인 강제수사에 돌입한 지 엿새 만에 이뤄진 핵심 피의자 조사다. 특검팀은 압수물 분석 과정에서 확보한 자료를 토대로 두 사람을 상대로 2023년 주가 급등 과정에서 자본시장법을 위반한 사기적 부정거래가 있었는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추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은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참여를 허위로 홍보해 주가를 인위적으로 부양한 뒤, 내부자들이 보유 지분을 매각해 수백억 원대의 부당이득을 챙겼다는 것이 골자다. 당시 삼부토건 주가는 재건 사업 기대감에 힘입어 단기간에 폭등했으며, 이 과정에 김건희 여사가 연루됐다는 것이 특검의 수사 대상이다.
특검은 김 여사가 과거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도 ‘계좌 관리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를 통해 삼부토건 주가조작 과정에 개입했거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이익을 봤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특히 이 전 대표가 주가 급등 직전 “내일 삼부토건을 확인하라”는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남긴 정황 등이 포착되면서, 특검은 이 전 대표와 삼부토건 경영진, 그리고 김 여사 사이의 연결고리를 찾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전·현직 대표를 동시에 소환한 것은 주가조작을 공모한 정황과 내부 의사결정 과정을 입체적으로 파악하려는 특검의 의도로 풀이된다. 두 사람의 조사를 통해 확보된 진술은 향후 이종호 전 대표와 김건희 여사 등 의혹의 ‘윗선’으로 향하는 수사의 중요한 발판이 될 전망이다. 특검팀이 삼부토건을 첫 강제수사 대상으로 삼고 관련자들을 연일 소환하면서, 김 여사를 둘러싼 여러 의혹 중 주가조작 의혹의 진실이 가장 먼저 수면 위로 드러날지 여부에 법조계와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