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 일가와 관련된 각종 의혹을 수사 중인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이른바 '집사 게이트'의 자금줄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금융권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특검팀은 28일, 김 여사 측근이 연루된 의문의 투자 과정에 참여한 황수남 전 KB캐피탈 대표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에 착수했다.
'집사 게이트'는 김 여사의 모친 최은순 씨의 '집사' 역할을 하며 가족의 재산 관리에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알려진 김 모 씨가 대주주로 있던 회사에 여러 대기업과 금융사가 180억 원대 거액을 투자한 사건을 말한다. 특검은 뚜렷한 실적이 없던 해당 회사에 비상식적인 투자가 이뤄진 배경에 김건희 여사의 영향력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자금의 흐름을 역추적해 왔다.
황수남 전 대표가 이끌던 KB캐피탈은 해당 회사에 20억 원을 투자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검은 황 전 대표를 상대로 당시 투자를 결정하게 된 구체적인 경위와 내부 의사결정 과정, 그리고 투자 결정 과정에서 김 여사 측이나 대통령실 등 외부의 압력이나 청탁이 있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확인할 방침이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번 소환이 금융권 인사 개입 의혹의 실체를 밝히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 야권에서는 윤석열 정부 시절, 대통령 부부와 친분이 있는 인사들이 KB금융그룹의 회장 인선이나 계열사 대표 선임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을 여러 차례 제기한 바 있다. 특검이 '집사 게이트'에 흘러들어 간 투자금의 성격을 규명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금융권 인사 개입 의혹까지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것이다.
KB캐피탈은 자동차 금융 분야의 강자로, 황 전 대표는 중고차 거래 플랫폼 'KB차차차'의 성공을 이끌며 2019년부터 약 5년간 회사를 이끈 입지전적인 인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그의 재임 시절 이뤄진 투자가 '권력형 비리 게이트'의 일부로 지목되면서, 그 역시 특검의 강도 높은 조사를 피할 수 없게 됐다.
특검의 칼끝이 김 여사의 친족과 측근을 넘어, 이제는 정권과 유착했다는 의심을 받는 기업과 금융계 인사들을 직접 겨누기 시작하면서 '김건희 특검' 수사는 중대 분수령을 맞고 있다. 황 전 대표에 대한 조사 결과에 따라, '집사 게이트'에 돈을 댄 다른 기업 관계자들에 대한 소환 조사도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