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간 표류해 온 평택 현덕지구 개발 사업을 둘러싼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이 28일 경기도의회를 전격 압수수색했다. 사업 관련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금품이 오갔다는 뇌물 혐의를 포착한 경찰의 칼날이 현직 도의원들의 자택과 사무실까지 향하면서 파장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이날 오전 수사관들을 수원시에 위치한 경기도의회와 관련 도의원들의 자택, 사업 관련 업체 사무실 등 10여 곳에 보내 동시다발적인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경찰은 해당 도의원들의 사무실에서 현덕지구 개발 사업 관련 자료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압수수색 대상에는 여야 소속 도의원들이 모두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이번 수사가 특정 정당에 국한되지 않고 전방위적으로 이뤄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번 강제수사는 평택 현덕지구 개발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특정 업체에 특혜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뇌물을 수수했다는 의혹과 관련이 깊다. 현덕지구 개발 사업은 평택시 현덕면 일대 231만 6천㎡ 부지에 상업, 주거, 유통, 관광 등 복합 시설을 조성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하지만 최초 사업자 지정 취소와 법적 분쟁 등이 잇따르며 10년 넘게 사업이 지연되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경찰은 이처럼 사업이 난항을 겪고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 과정에서 일부 경기도의원들이 자신들의 직위를 이용해 특정 업체가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영향력을 행사하고, 그 대가로 거액의 금품이나 향응을 받은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새로운 사업자 공모나 사업 계획 변경 등 중요한 의사결정 과정에 이들이 부당하게 개입했는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경기도의회는 갑작스러운 압수수색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의회 사무처 관계자는 "경찰 수사관들이 오늘 오전에 들어와 일부 의원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한 것으로 안다"며 "구체적인 혐의나 대상자에 대해서는 확인이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경찰은 이번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증거물을 분석하는 대로 관련자들을 소환해 뇌물의 대가성과 구체적인 규모 등을 확인할 방침이다. 법조계에서는 경찰이 구체적인 물증과 진술을 상당 부분 확보한 뒤 강제수사에 착수했을 가능성이 큰 만큼, 조만간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되는 도의원들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지역 최대 현안 사업 중 하나인 현덕지구 개발 비리 의혹이 지방의회 전체의 신뢰를 뒤흔드는 대형 게이트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