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현행 '보유 금액 50억 원'에서 과거 수준인 '10억 원'으로 되돌리기로 최종 결정했다. 불과 1년 반 만에 단행된 정책의 완전한 유턴으로, 세수 확보라는 명분과 시장 안정이라는 가치가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자본시장의 극심한 혼란이 예상된다. 당장 올해 연말부터 '세금 회피성 매물 폭탄'이 재현될 것이라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기획재정부와 여당은 29일 당정 협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5년 세법개정안'의 주요 방향에 합의했다. 이번 결정은 윤석열 정부 시절인 2023년 말, 연말 증시 변동성 완화를 명목으로 대주주 기준을 10억 원에서 50억 원으로 대폭 상향했던 정책을 다시 원점으로 되돌리는 것이다. 당시 정부는 일부 대주주들이 양도세를 피하기 위해 연말에 주식을 대거 매도하면서 전체 시장이 출렁이고 소액 투자자들이 피해를 본다는 '연말 수급 왜곡'을 완화 조치의 핵심 근거로 내세웠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면서 정책 방향도 180도 선회했다. 현 정부는 이전 정부의 감세 정책으로 인해 세수 기반이 약화되었다고 판단, 세제 정상화를 통한 재정 건전성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특히 50억 원 상향 조치가 일부 고액 자산가에게만 혜택을 주는 '부자 감세'라는 비판 여론을 정책 전환의 주요 명분으로 내세웠다. 결국 시장 안정보다는 조세 형평성과 세수 확보에 무게를 둔 셈이다.
문제는 시장이 감당해야 할 충격이다. 당장 투자자들은 '연말 매물 폭탄'의 악몽이 되살아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대주주 기준이 10억 원이던 2022년까지, 매년 12월이면 과세 대상 지정을 피하려는 개인 투자자들이 수조 원대의 주식을 시장에 쏟아내는 현상이 반복됐다. 이로 인한 주가 하락의 피해는 고스란히 다수의 개인 투자자에게 전가됐다. 50억 원 기준이 적용됐던 지난해 연말에 잠잠했던 이 현상이 올해부터 재현될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
개인 투자자들은 즉각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한 주식 투자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제 막 살아나려는 증시에 찬물을 끼얹는 정책"이라며 "서울 아파트 한 채 값도 안 되는 10억 원을 대주주로 보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는 비판이 주를 이뤘다. 정책의 일관성이 무너지면서 정부의 자본시장 정책에 대한 신뢰가 근본적으로 훼손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세법개정안을 통해 단기적인 세수 감소를 일부 보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지만, 시장의 활력을 잃고 투자 심리가 위축되면서 장기적으로는 더 큰 것을 잃을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높다. 불과 1년 반 만에 뒤집힌 대주주 기준이 연말 국내 증시를 뒤흔들 가장 큰 변수로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