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사건 재판을 맡고 있는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유흥업소 접대 의혹"에 대해, 대법원이 "당시 술값은 170만 원이었으며 징계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공식 입장을 밝히면서 거센 후폭풍이 일고 있다. 법 조항을 기계적으로 해석해 사실상의 "면죄부"를 준 것이라는 비판이 쏟아지는 가운데, 재판의 공정성과 사법부 전체의 신뢰를 뒤흔드는 중대한 사안을 대법원이 안일하게 대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논란의 발단은 지난 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수도권 법원 국정감사에서 나왔다. 최진수 대법원 윤리감사관은 증인으로 출석해 "지귀연 부장판사가 자리를 뜬 뒤 동석했던 후배 변호사가 170만 원을 결제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직무 관련성이 없는 경우 1인당 100만 원 이하의 금품 수수는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다"라며, 참석자 수로 나누면 1인당 금액이 100만 원에 미치지 않으므로 징계 사유로 보기 어렵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이는 현행 "청탁금지법"을 근거로 한 설명이다.
하지만 대법원의 이러한 해명은 오히려 논란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법조계와 시민사회에서는 형사처벌 기준인 청탁금지법을 들이대기 이전에, 법관에게는 그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윤리적 의무가 요구된다는 비판이 터져 나왔다. 법관윤리강령 제2조와 제3조는 법관이 "명예를 존중하고 품위를 유지"해야 하며, "공정성과 청렴성을 의심받을 행동을 하지 아니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특히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내란 사건의 재판장이 심야에 변호사들과 170만 원에 달하는 술자리를 가진 것 자체가, 금액이나 누가 계산했는지를 떠나 재판의 공정성을 의심하게 만드는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지적이다.
이번 의혹은 지난 5월, 지 부장판사가 2023년 8월경 변호사들과 유흥주점에서 술자리를 갖는 사진이 공개되면서 불거졌다. 당시 지 부장판사는 "한두 잔 마시고 먼저 자리를 떴다"고 해명했지만, 재판의 공정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대법원 윤리감사관실이 진상 조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감사 결과는 법 기술적 해석에만 기댄 채 국민의 법 감정과 사법부에 대한 기대 수준을 외면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현재 지 부장판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 등 주요 정치적 사건들을 다루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의 재판장이다. 재판 결과에 따라 국가적 파장이 클 수밖에 없는 중대 사건을 맡은 재판장의 처신 논란이 "징계 불가"라는 대법원의 성급한 결론으로 이어지면서, 향후 재판 과정 내내 공정성 시비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사법부가 스스로 신뢰를 깎아내리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