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 관세 부과 시한을 목전에 두고 미국을 방문 중인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현지 시각 29일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만나 2시간에 걸친 담판을 벌였다. 미국 측이 "최선의, 최종적인 협상안"을 요구하며 압박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린 가운데, 양측이 막판 협상에서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기획재정부는 구 부총리가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과 함께 워싱턴 D.C.에서 러트닉 상무장관과 만나 통상 현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구 부총리는 워싱턴 덜레스 국제공항에 도착한 직후 곧바로 협상 테이블로 향하며 시급한 현안 해결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회담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협상장 내외의 기류는 매우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러트닉 장관이 최근 한국 측 협상단에 "테이블 위에 모든 것을 올려놓는, 최선의 최종 제안을 가져와야 한다"고 강력하게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사실상 한국 정부에 추가적인 양보를 요구하는 최후통첩성 발언으로 해석된다.
보도에 따르면 러트닉 장관은 미국이 이미 유럽연합(EU), 일본 등 주요 교역 상대와 무역 합의를 이룬 상황에서 왜 한국과 새로운 합의가 필요한지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설득시켜야 한다며 한국 측을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미국의 강경한 입장 속에서 우리 협상단은 '조선업 협력'을 포함한 '패키지 딜'을 막판 카드로 제시하며 설득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구 부총리는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을 만나 조선 등 한미 간 경제협력 사업에 대해 잘 설명하면서 국익 중심의 협상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한 관세율 조정을 넘어, 미국이 해양 패권 경쟁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추진하는 조선업 부활 정책에 한국이 핵심 파트너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부각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번 협상의 최종 분수령은 현지 시간 31일로 예정된 구 부총리와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의 회담이 될 전망이다. 베선트 재무장관은 이번 한미 통상 협상에서 미국 측 의사결정을 주도하는 핵심 인물로 알려져 있다. 구 부총리는 이 자리에서 우리 측이 준비한 협력 방안을 종합적으로 제시하며 최종 타결을 시도할 계획이다.
미국이 상호 관세 부과 시점으로 못 박은 8월 1일이 불과 이틀 앞으로 다가오면서, 우리 정부의 외교적 역량이 최대 시험대에 올랐다. 구 부총리를 필두로 한 경제팀이 미국의 높은 장벽을 넘어 국익을 지키는 합의를 도출해낼 수 있을지, 한미 양국의 협상 결과에 전 세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