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기승을 부리던 폭염이 한풀 꺾이자마자, 이번에는 전국에 걸쳐 기록적인 폭우가 예고돼 재난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오늘 밤부터 전국 대부분 지역이 본격적인 비구름대의 영향권에 들면서, 특히 대비에 취약한 야간 시간대에 시간당 최대 80mm에 달하는 극한 호우가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달 폭우로 지반이 약해진 상태여서 산사태 등 심각한 추가 피해가 우려되는 가운데, 산림청은 3일 오후 1시를 기해 전국 산사태 위기경보를 "관심"에서 "경계" 단계로 상향 조정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서해상에서 다량의 수증기를 머금고 다가오는 저기압의 영향으로 오늘 밤부터 모레(5일)까지 전국에 매우 강하고 많은 비가 내릴 전망이다. 예상 강수량은 남해안과 지리산 부근에 최대 250mm 이상,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과 충청, 전북 지역에도 최대 150mm가 넘는 물 폭탄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강원과 경북 북부 지역에도 100mm 안팎의 많은 비가 예보됐다.
이번 비는 특히 야간에 그 강도가 절정에 달할 것으로 보여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기상청은 오늘 밤에서 내일 새벽 사이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시간당 50mm에서 80mm, 수도권과 충청권에도 시간당 30mm에서 50mm에 이르는 매우 강한 비가 집중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 경기 서해안과 충청, 호남 등 서쪽 지역을 중심으로는 호우 예비특보가 발효됐으며, 밤이 깊어지면서 특보는 전국 대부분 지역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더 큰 문제는 이번 비가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주 중반인 수요일(6일)과 목요일(7일) 사이, 북쪽의 차고 건조한 공기와 남쪽의 덥고 습한 공기가 한반도 상공에서 강하게 충돌하며 또 한차례 강력한 비구름대가 형성될 것으로 예측된다. 지난 7월의 기록적인 폭우로 이미 땅이 많은 물을 머금고 있는 상태에서 연이어 폭우가 쏟아질 경우, 산사태나 축대 붕괴, 저지대 침수 등의 피해 위험이 극도로 높아진다.
한편, 비가 내리면서 35도를 넘나들던 찜통더위의 기세는 다소 누그러질 전망이다. 하지만 비로 인해 습도가 매우 높아져 체감온도는 여전히 높겠고, 밤에도 최저기온이 25도 이상 유지되는 열대야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폭우로 인한 안전사고에 철저히 대비하는 동시에, 높은 습도로 인한 건강 관리에도 유의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