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여자 축구의 최강자를 자부하던 일본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8일 발표한 여자 축구 세계 랭킹에서 일본은 기존 7위에서 한 계단 내려앉은 8위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달 한국에서 열린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에서 예상 밖의 부진을 겪으며 3위에 그친 결과가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나데시코 재팬"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일본 여자 대표팀은 대회 3연패라는 목표를 가지고 이번 동아시안컵에 나섰다. 1차전에서 대만을 4-0으로 대파하며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으나, 2차전에서 한국과 맞붙어 경기 종료 직전 통한의 동점골을 허용하며 1-1 무승부를 기록한 것이 뼈아팠다. 이어진 중국과의 최종 3차전에서도 0-0으로 비기면서 결국 우승컵을 한국에 내주고 말았다. 일본은 2위 중국과 승점은 같았으나 득실차에서 밀리며 최종 순위 3위라는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이번 순위 하락으로 일본은 아시아 국가 중 1위 자리는 유지했으나, 10위 북한과의 격차는 두 계단으로 좁혀졌다. 그 뒤를 호주(15위), 중국(16위)이 이었으며, 동아시안컵 우승을 차지한 한국은 21위 자리를 지켰다. 비록 동아시안컵이 다른 주요 국제대회에 비해 랭킹 포인트 가중치가 낮다고는 하나, 라이벌인 한국과 중국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지 못하고 순위까지 밀린 점은 일본 축구계에 적잖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일본이 이번 대회에 해외파 주축 선수들을 제외하고 국내파 위주로 선수단을 구성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웠다. 일본 여자 축구 리그의 수준이 상당하고, 참가 선수들의 기량 또한 높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일본 현지 언론은 닐스 닐센 감독의 전술적 선택에 의문을 제기하며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일본 매체 "사커 크리틱"은 "닐센 감독으로 괜찮은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한국전에서 1점 차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공격적인 운영을 고집한 것이 팬들에게는 흥미를 줬을지 몰라도, 결과적으로는 우승 실패의 결정적 원인이 됐다"고 지적했다. 수비에 집중하며 역습을 노리는 실리적인 운영이 아쉬웠다는 분석이다. 예상치 못한 부진과 순위 하락으로 일본 여자 축구는 당분간 자존심 회복을 위한 뼈를 깎는 쇄신 요구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