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 기피 논란으로 국내 입국이 금지된 가수 유승준(48·미국명 스티브 승준 유)의 팬들이 최근 이재명 대통령에게 그의 입국 허용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면서, 유승준을 둘러싼 해묵은 논란이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이미 10년 전 성남시장 재직 시절, 이 사안에 대해 "불가하다"는 명확한 입장을 밝힌 바 있어 팬들의 호소가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12일 이재명 대통령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그가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던 2015년 5월에 게시한 "'국민의 의무를 피하기 위해 조국을 버린 자..이제 와서 무슨 할 말이..?'"라는 제목의 글이 다시금 조명되고 있다. 당시 이 대통령은 유승준 씨에게 직접적으로 "그대보다 훨씬 어려운 삶을 사는 대한의 젊은이들이 병역의무를 이행하다가 오늘도 총기사고로 죽어가는 엄혹한 나라 대한민국에 돌아오고 싶나"라고 물으며, 그의 입국 허용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분명히 했다.
이 대통령은 또한 "한국인들 주머니의 돈이 더 필요한가. 아니면 갑자기 애국심이 충만해지셨나"라고 비판하며, 유 씨가 한국인으로서의 온갖 혜택과 이익을 누리다가 정작 국민의 의무를 회피하기 위해 한국을 버리고 외국인의 길을 선택했음을 강하게 꼬집었다. 그는 이어 "왜 우리가 한국인과 닮았다는 이유만으로 외국인인 그대에게 또다시 특혜를 주고 상대적 박탈감에 상처받아야 하는가"라고 반문하며, "상대적 박탈감과 억울함은 갖가지 방법으로 병역 회피하고도 떵떵거리는 이 나라 고위공직자들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이 대통령은 유 씨에게 "이제 그만 그대의 조국에 충실하라"며 "배반하고 버린 대한민국은 잊으시기 바란다"고 일갈하며 그의 입국을 사실상 거부하는 입장을 표명했다.
앞서 유승준의 팬들은 지난 9일 '유승준을 사랑하는 팬 일동' 명의로 성명을 발표하고 "이 대통령님께 간곡히 호소드린다"고 밝혔다. 이들은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나 윤미향 전 국회의원 등 정치인 사면 검토에서 드러난 국민 통합과 화합의 의지가 일반 국민인 유 씨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표명하며 유승준의 입국 허용을 요청했다.
유승준은 1997년 데뷔하여 '나나나', '가위' 등 다수의 히트곡으로 큰 인기를 누렸으나, 2002년 공연을 목적으로 출국한 뒤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여 한국 국적을 상실하면서 병역 기피 논란에 휩싸였다. 이로 인해 한국 입국이 금지되었다. 이후 유 씨는 2015년 LA총영사관에 재외동포(F-4) 체류 비자 발급을 신청했으나 거부당했고, 이를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파기환송심과 재상고심을 거쳐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했음에도 불구하고, LA총영사관은 현재까지도 유승준의 비자 발급을 거부하고 있다.
이번 팬들의 입국 허용 촉구와 이재명 대통령의 과거 발언 재확인은 유승준의 입국 문제를 둘러싼 사회적 논의를 다시금 촉발할 것으로 보인다. 과연 대통령의 과거 강경한 입장이 유지될지, 혹은 국민 통합과 화합이라는 명분 아래 변화의 가능성이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