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유가족을 향해 소셜미디어에 "나라 구하다 죽었냐", "시체팔이" 등 모욕적인 글을 게시했던 국민의힘 소속 김미나 경남 창원시의원에게 법원이 거액의 손해배상 책임을 물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10일, 유가족 150여 명이 김 의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리고 총 1억 4천만 원의 배상을 명령했다. 이번 판결은 공직자의 발언이 사회적 참사 피해자들에게 가한 2차 가해의 책임을 법적으로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사건의 발단은 2022년 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김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과 유가족을 겨냥한 비난성 게시물을 연이어 올렸다. 그는 "나라 구하다 죽었냐", "자식 팔아 한몫 챙기려는 수작" 등 희생자들의 죽음을 조롱하고 유가족의 슬픔을 폄훼하는 표현을 사용해 사회적 공분을 샀다. 논란이 확산되자 김 의원은 "시의원인 줄 깜빡했다"는 이해하기 어려운 해명을 내놓아 비판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이에 참사 유가족들은 김 의원의 발언으로 인해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며 그를 모욕과 명예훼손 혐의로 형사 고소하는 한편, 4억 5천 7백만 원 규모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유가족들은 "하루하루가 지옥 같은데 피가 거꾸로 솟는다"며 김 의원의 즉각적인 사퇴를 요구하며 시의회 앞에서 강력히 항의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판결을 통해 김 의원의 행위가 "단순한 의견 표명을 넘어 유가족 개개인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모욕적이고 경멸적인 인신공격에 해당한다"고 명시했다. 이는 사회적 참사 피해자들이 겪는 슬픔과 고통에 대한 공감 없이 이를 정치적 공격의 소재로 삼는 행태에 경종을 울린 것으로 해석된다. 재판부는 이러한 행위가 유가족들에게 씻을 수 없는 정신적 손해를 입혔다고 판단하고 배상 의무가 있음을 분명히 했다.
이번 민사 판결에 앞서 진행된 형사 재판에서는 김 의원에게 징역 3월에 선고유예 판결이 내려진 바 있다. 해당 판결로 김 의원은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되어 당시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나온 이번 민사 판결은 형사적 책임과 별개로 그의 발언이 지닌 사회적, 법적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음을 보여준다.
판결 소식을 접한 유가족들은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면서도 김 의원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의원직 사퇴가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한 유가족은 "돈으로 보상받는다고 상처가 아물지 않는다"며 "진심으로 죄를 뉘우친다면 지금이라도 공직에서 물러나는 것이 마땅하다"고 촉구했다. 이번 판결이 공직자의 사회적 책임과 발언의 무게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계기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