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가 7개월간 3%대 중반 수준을 유지하던 흐름을 깨고 한 달 만에 다시 상승세로 전환했다. 금융시장 지표금리의 상승 압력이 시차를 두고 대출 금리에 반영되면서, 고금리 시기에 막대한 대출을 실행했던 이른바 "영끌족"의 이자 부담이 다시금 가중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한국은행이 26일 공개한 "2025년 10월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 통계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주담대 금리(신규 취급액 기준)는 전월 대비 0.02%포인트 상승한 연 3.98%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8월과 9월 보합세를 보인 후 한 달 만에 상승세로 돌아선 것으로, 연 4% 재돌파를 목전에 둔 수치다. 세부적으로는 시장 금리 변동에 민감한 변동형 주담대 금리가 4.11%로 0.03%포인트 올랐고, 고정형 주담대 금리 역시 3.97%로 동일 폭만큼 상승했다.
금리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는 지표금리의 오름세가 지목된다. 대출금리 산정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AAA) 5년물 금리가 10월 한 달 동안 0.11%포인트나 급등하며 주담대 금리를 밀어 올렸다는 분석이다. 다만, 은행들이 8월과 9월에 선제적으로 적용했던 가산금리 인하 효과가 시차를 두고 반영된 덕분에, 실제 주담대 금리의 상승 폭은 지표금리의 상승 폭 대비 제한적이었다는 평가다. 한국은행 금융통계팀은 “6·27 대책 이후 금융권이 총량 관리 기조를 유지하면서 금리 반영 속도에도 일부 시차가 발생했다”고 설명하며 금융 당국의 대출 관리 정책이 시장 금리 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간접적으로 시사했다.
전세자금대출 금리 또한 3.78%로 0.02%포인트 오르면서 주담대와 함께 상승 곡선을 그렸다. 반면, 일반 신용대출 금리는 5.19%로 0.12%포인트 하락하며 대출 상품별로 상이한 움직임을 보였다. 이를 종합한 전체 가계대출 금리는 4.24%로 전월 대비 0.07%포인트 상승하며 11개월 만에 상승세로 전환, 가계의 이자 부담이 전반적으로 다시 확대되었음을 명확히 보여줬다.
가계 대출과 달리 기업 대출 부문은 5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기업대출 금리는 3.96%로 0.03%포인트 내렸는데, 이는 중소기업 금리가 0.09%포인트 하락한 것이 주요인으로 작용했다. 대기업 금리가 0.04%포인트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에 대한 금리 인하 조치가 전체 기업 대출 금리를 끌어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금융당국의 중소기업 자금 조달 지원 정책과 은행권의 연체율 관리를 위한 선별적 금리 운용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한편, 대출 금리의 상승 전환에도 불구하고 저축성 수신 금리는 2.57%로 0.05%포인트 오르며 예금 금리와 대출 금리의 차이인 예대금리차는 1.45%로 0.06%포인트 축소되는 양상을 보였다. 이와 함께 대출 상품의 금리 구조 선택에도 주목할 만한 변화가 포착되었다. 전체 가계대출에서 고정금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56.2%로 5.9%포인트 하락했으나, 주담대 내 고정금리 비중은 오히려 94.0%로 2.5%포인트 증가했다. 이 같은 현상은 향후 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면서 주택담보대출 차주들이 금리 변동 리스크를 회피하고 현재의 금리 수준을 장기간 고정하려는 수요가 강하게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종합적으로 10월 금융통계는 지표금리 상승발(發) 가계 이자 부담 재확대와 대출 주체별 상이한 금리 흐름, 그리고 주담대 차주들의 리스크 회피 심리가 맞물린 복잡한 양상을 드러냈다. 시장 금리가 상승 압력을 지속하는 한, 금융기관의 총량 관리와 가산금리 운용에도 불구하고 가계의 대출 상환 부담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