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HYBE)의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사기적 부정거래를 저지른 혐의를 받는 방시혁 의장이 15일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에 출석했다.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이끄는 상징적 인물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수사기관의 포토라인에 서면서, 이번 사건은 K팝 산업 전체의 신뢰도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15일 오전, 방 의장을 자본시장법상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의 피의자로 소환해 조사를 진행했다. 이날 오전 10시경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경찰청사에 모습을 드러낸 방 의장은 굳은 표정으로 취재진 앞에 서서 "심려를 끼쳐 송구스럽다"고 말하고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짧은 입장을 밝힌 뒤 조사실로 향했다. 그는 '혐의를 인정하는가', '투자자들을 속일 의도가 있었는가' 등 이어지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일절 답하지 않았다.
이번 경찰 소환은 금융당국이 방 의장의 혐의를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한 지 수개월 만에 이루어진 것이다. 경찰에 따르면 방 의장은 하이브가 상장하기 전인 2019년경, 벤처캐피털 등 초기 투자자들에게 "당분간 기업공개(IPO) 계획이 없다"고 설명하며 이들이 보유한 주식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매각하도록 유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러나 금융당국과 경찰은 당시 하이브가 이미 IPO를 위한 사전 절차인 지정감사 신청을 진행하는 등 상장을 준비하고 있었던 정황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하이브는 성공적으로 증시에 입성했고, 해당 특수목적법인은 보유 주식을 매각해 막대한 차익을 실현했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방 의장이 사전에 약정한 대로 매각 차익의 상당 부분인 약 1,900억 원에 달하는 부당이득을 챙긴 것으로 보고 자금 흐름을 추적해왔다.
수사 당국은 이번 사건이 K팝 산업의 정점에 있는 기업 총수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초기 투자자들의 신뢰를 저버리고 사적인 이익을 편취하려 한 중대한 범죄 행위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 경찰은 지난 6월과 7월, 한국거래소와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하이브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단행하며 상장 심사 관련 자료와 내부 문건들을 확보하는 등 강도 높은 수사를 이어왔다.
하이브 측은 그동안 "상장 과정은 관련 법규를 모두 준수하며 적법하게 진행됐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방 의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공개 소환되면서 회사 측이 느끼는 압박감은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이날 조사를 통해 방 의장이 초기 투자자들에게 IPO 계획을 숨긴 의도가 있었는지, 또한 특수목적법인 설립과 이익 배분 과정에 직접적으로 관여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추궁할 방침이다. 법조계에서는 혐의가 입증될 경우, 자본시장의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한 사안인 만큼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