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이 9회 연속 재판에 불출석하자, 재판부가 피고인 없는 '궐석재판'을 계속 진행하기로 했다. 검찰의 공소 사실을 다투는 핵심 피고인이 계속해서 재판 출석을 거부함에 따라, 향후 재판 과정에서 방어권 보장 논란과 함께 실체적 진실 규명에 난항이 예상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15일 열린 윤 전 대통령의 속행 공판에서 "피고인이 오늘도 자발적으로 불출석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서울구치소로부터 '강제 인치가 불가능하다'는 회신이 온 만큼, 형사소송법 규정에 따라 피고인 불출석 상태로 재판을 진행하겠다"고 명확히 했다. 현행법은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을 거부하는 피고인에 대해 구인영장을 발부할 수 있으며, 교도관의 인치가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 피고인의 출석 없이 재판을 진행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7월 10일 '내란' 특별검사팀에 의해 재구속된 이후, 건강상의 이유를 내세우며 법정 출석을 전면 거부해왔다. 그는 교도관의 인치 시도에도 협조하지 않는 등 사실상 재판을 보이콧하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재판부는 초기 세 차례의 공판에서는 증인신문을 '기일 외 증거조사' 방식으로 진행하며 윤 전 대통령의 출석을 기다렸으나, 지난 8월 11일부터는 궐석재판으로 전환해 절차를 이어가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특검팀은 신속한 재판 진행을 위해 총력전을 펼치는 모습이다. 특검 측은 이날 재판에서 "신속한 심리를 위해 현재 진행 중인 윤 전 대통령의 재판과 경찰 수뇌부 사건을 병합해, 1주일에 네 차례 집중 심리를 열어달라"고 재판부에 공식 요청했다. 연내에 1심 판결을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재판의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피고인의 계속된 불출석이 자신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궐석재판이 진행되면 피고인은 증거에 대한 의견을 직접 밝히거나 증인을 반대 신문할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 전 대통령 측이 재판 거부를 이어가는 것은, 재판의 정당성 자체를 문제 삼으려는 전략적 의도가 깔린 것이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재판부는 특검의 주 4회 재판 요청에 대해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직 대통령이 내란 혐의로 기소된 초유의 사태 속에서, 피고인 없는 법정 공방이 계속되면서 사법부를 향한 국민적 관심과 논란은 더욱 증폭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