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촬영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축구선수 황의조 씨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항소심 판결을 받아들이면서 형이 최종 확정됐다. 법의 심판은 일단락됐지만, 황 씨 측이 법정에서까지 '2차 피해는 없었다'고 주장한 사실이 알려지고 피해자가 이를 정면으로 반박하면서 논란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재판부가 황 씨 측 주장을 배척하고 2차 가해를 인정했음에도, 진정한 반성이 없다는 비판과 함께 사실상 선수 생명을 건 월드컵 출전의 꿈도 좌절됐다.
KBS가 확보한 황 씨 측의 항소심 변론요지서에 따르면, 황 씨 측은 "피해자에게 어떠한 2차 피해를 입히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1월, 황 씨 측이 입장문을 통해 피해자의 신상 정보를 일부 노출한 것에 대해서는 "피해자 주변에서도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나아가 "피해자 측 변호인이 자발적으로 언론에 자주 노출되면서 피해자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시킨다"며 오히려 피해자 측의 활동이 피해를 가중시키고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이에 대해 피해자 A씨는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기가 막히고 한탄스럽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그는 "내 신상정보를 세상에 유포해놓고 단체로 헛것을 봤다는 말이냐"고 반문하며, "피해자가 피해를 입었다고 목소리를 내는 것이 스스로 해가 된다는 말인데, 이는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다치기 싫으면 닥치라'는 말로 들려 끔찍하다"고 호소했다. 또한, 황 씨 측이 합의금 액수 차이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도 "단 한 순간도 황의조의 반성을 느낀 적 없어 합의금이 중요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2차 피해가 없었다'는 황 씨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해자 일부 정보를 언급한 것은 민감한 형사사건의 피해자를 배려하지 못한 행위"라고 명확히 지적하며, "황 씨의 유명세 등으로 인해 대중의 피해자에 대한 궁금증과 호기심을 폭증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판시했다. 법원이 2차 가해의 존재와 그 해악성을 인정한 것이다.
한편, 황 씨는 항소이유서를 통해 '북중미 월드컵 출전을 희망한다'며 선처를 호소했으나, 이번 집행유예 확정으로 이마저도 불가능해졌다.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팀 운영 규정에 따르면, 금고 이상의 형에 대한 집행유예를 선고받을 경우 집행유예 기간이 만료된 날로부터 2년이 지나야 국가대표로 선발될 수 있다. 2026년에 열리는 월드컵 출전 자격 자체가 박탈된 셈이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범죄 행위를 저지른 선수를 선발할 이유가 없다"며 명확한 입장을 밝혔다. 법적 처벌과 별개로 그라운드에서 뛸 자격 역시 잃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