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경영권 회복을 위해 계열사를 부당 지원하고 수천억 원대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징역 10년의 중형을 선고받았던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항소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2부(김종호 부장판사)는 오늘(18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배임, 공정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박 전 회장에게 이같이 판결하며 1심의 판단을 대부분 뒤집었다.
이번 판결의 핵심은 1심에서 유죄로 인정됐던 주요 혐의인 특경법상 횡령과 배임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한 점이다. 1심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이 그룹 지배력 확보라는 사적 이익을 위해 계열사 자금을 동원한 것을 불법영득의사가 명백한 횡령 행위로 판단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이 계열사로부터 자금을 빌리는 과정에서 유효한 약정을 체결했고, 실제로 해당 금액을 모두 변제한 점 등을 들어 "자금의 사용 목적만으로 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고 보았다. 즉, 회사를 위한 경영적 판단의 일환으로 볼 여지가 있으며 횡령의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취지이다.
또한,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하던 금호터미널 주식을 박 전 회장의 개인 회사 격인 금호기업에 저가로 매각해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배임 혐의 역시 무죄로 판단됐다. 재판부는 당시 주식 가치 평가 방식과 거래 가격 산정 과정에 위법이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하며, 이는 배임죄가 성립하기 위한 '임무위배 행위'와 '재산상 손해 발생'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금호그룹 계열사들이 금호기업에 무담보 저금리로 거액을 대여해 부당 지원한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1심과 달리 유죄로 인정했다. 이는 총수 일가의 지배력 유지를 위해 계열사를 동원한 행위 자체의 위법성은 인정한 것으로, 이 부분에 대한 유죄 판결이 집행유예 선고의 근거가 됐다. 결과적으로 가장 형량이 무거운 횡령과 배임 혐의에서 벗어나면서 1심의 실형 선고를 피하고 자유의 몸이 될 수 있었다. 2022년 8월 1심 선고 후 법정 구속됐던 박 전 회장은 이듬해 1월 보석으로 풀려나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아왔다.
이번 판결의 핵심 쟁점이었던 '총수 개인의 이익을 위한 자금 동원'을 횡령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법원의 판단 기준에 대해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드릴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