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최대 영화 축제인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30주년이라는 역사적인 이정표 위에 섰다. 17일 저녁 부산 영화의전당에서 화려한 개막식을 시작으로 열흘간의 대장정에 돌입한 영화제는, 지난 30년의 성과를 기념하는 것을 넘어 미래를 향한 과감한 변화를 선언했다. 그 핵심에는 영화제 역사상 처음으로 도입된 "경쟁 부문"이 자리하고 있다. 이는 아시아 영화의 허브를 넘어 세계적인 영화제로 도약하려는 의지를 명확히 드러낸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영화제의 가장 큰 변화는 단연 공식 경쟁 부문인 "부산 어워드"의 신설이다. 출범 이후 줄곧 비경쟁 영화제를 표방해 온 정체성을 과감히 탈피한 것이다. 정한석 집행위원장은 "신인 감독들과 기성의 공인 거장들이 함께 좋은 섹션에서 경쟁하며 서로를 위해 함께 발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했다"고 그 취지를 밝혔다. 한국 영화 3편을 포함해 총 14편의 아시아 영화가 첫 수상의 영예를 두고 치열한 경합을 벌일 예정이다. 이러한 변화는 영화제에 건강한 긴장감을 불어넣고, 재능 있는 아시아 감독들을 발굴 및 조명하는 기능을 한층 강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개막작으로는 세계적인 거장 박찬욱 감독의 신작 "어쩔수가없다"가 선정되어 영화제의 위상을 실감케 했다. 배우 이병헌과 손예진이 주연을 맡은 이 작품은 이미 베니스 국제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으며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다. 박찬욱 감독은 자신의 영화를 "가족을 지키고 사랑하는 직업에 종사하고 싶다는 동기에서 시작한 일이 점차 도덕적인 타락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깊게 파고든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개막식 사회를 단독으로 맡은 배우 이병헌의 진행 아래 국내 관객에게 첫선을 보인 개막작은 30주년 영화제의 시작을 강렬하게 장식했다.
올해 영화제는 추석 연휴와 전국체전 등의 국내 일정을 고려해 예년보다 한 달가량 앞당겨 개최되었으며, 프로그램의 다채로움과 깊이를 더했다. 특히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노래와 함께 즐기는 "싱어롱" 상영 행사는 국내 최초로 시도되어 예매 시작과 동시에 매진되는 등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이는 전통적인 영화 상영의 틀을 넘어 새로운 플랫폼과 관객 참여형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려는 영화제의 혁신적인 면모를 보여준다.
이 외에도 영화제 기간 동안 64개국 328편의 영화가 상영되며, 관객들은 야외 무대인사, 관객과의 대화(GV) 등 다양한 행사를 통해 국내외 유명 감독 및 배우들과 직접 소통할 기회를 갖는다. 30년의 역사를 발판 삼아 "경쟁"이라는 새로운 심장을 장착한 부산국제영화제가 이번 변화를 통해 아시아를 넘어 세계 영화계에 어떤 새로운 담론을 제시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