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의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 구도에 중대한 변화가 감지됐다. 삼성전자의 5세대 HBM 제품(HBM3E)이 마침내 AI 칩 선두 주자인 엔비디아의 품질 인증을 통과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내 증시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 소식 하나가 삼성전자의 주가를 8만 3천원 위로 끌어올렸고, 코스피 지수는 역사의 새로운 페이지를 장식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3.41포인트(0.68%) 상승한 3,468.65에 장을 마감했다. 이는 지난 18일 기록했던 종전 최고 기록(3,461)을 4일 만에 넘어선 새로운 이정표다. 지수는 개장 초부터 강한 매수세가 유입되며 한때 3,482선까지 치솟는 등 기록 경신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시장을 이처럼 강하게 밀어 올린 동력은 단연 국내 증시의 대장주, 삼성전자였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보다 4.77% 급등한 8만 3,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때 8만 4,000원까지 오르며 연일 신고가를 갈아치우는 기염을 토했다. 그동안 HBM 시장에서 경쟁사인 SK하이닉스에 비해 다소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아왔던 삼성전자가 최대 고객사인 엔비디아의 까다로운 품질 기준을 충족시켰다는 사실은 단순한 공급 계약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이는 삼성전자의 HBM 기술력이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했음을 입증하는 동시에, 향후 AI 반도체 시장에서의 점유율 확대를 위한 강력한 발판을 마련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시장의 수급 주체들도 이러한 기대감을 즉각적으로 반영했다.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는 이날 각각 4,700억 원, 2,600억 원 규모의 주식을 순매수하며 지수 상승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특히 이들의 매수세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반도체 관련주에 집중되는 양상을 보였다. 반면 개인 투자자들은 7,000억 원 이상을 순매도하며, 주가 급등에 따른 차익 실현에 나서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훈풍이 불고 있는 글로벌 증시 환경 역시 국내 증시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간밤 뉴욕 증시가 기술주 중심으로 강세를 보인 점이 투자 심리를 더욱 북돋웠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코스닥 지수 또한 1% 이상 상승하며 874.36으로 마감했고, 원-달러 환율은 소폭 하락하며 안정세를 유지했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삼성전자의 엔비디아 납품 소식이 HBM 시장의 경쟁을 심화시키는 동시에, 차세대 제품인 HBM4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양사(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기술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