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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과 현실의 간극"...번아웃에 내몰린 직장인들, 정신 건강 '적신호'

최예원 기자 | 입력 25-09-22 23:44



치열한 경쟁과 과도한 업무 압박 속에서 직장인들의 정신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특히 이상과 현실의 큰 괴리가 발생하는 업무 환경 속에서 극심한 에너지 소진, 이른바 '번아웃'을 호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개인의 나약함이 아닌 구조적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영상 제작 업계에서 7년 차 경력을 쌓은 A씨의 사례는 이러한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A씨는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았다는 설렘을 안고 사회생활을 시작했지만, 반복되는 마감 압박과 무리한 요구 사항 속에서 점차 지쳐갔다. 그는 "새벽에 최종본 메일을 보내고 퇴근했는데, 집에 도착하기도 전에 수정 요청 문자를 받았을 때의 절망감은 상당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다음 프로젝트 수주를 위해 광고주의 기대를 맞춰야 한다는 압박감은 A씨를 끊임없이 소진시켰다.

어느 날 A씨는 특별한 이유 없이 업무 중 눈물이 멈추지 않는 증상을 겪었다. 주변의 권유로 찾은 정신과에서 그는 "우울증으로 넘어가는 경계에 있으며, 원인은 번아웃"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조나단 말레식의 저서 "번아웃의 종말"에서는 번아웃을 "일에 대한 우리의 이상과 직업의 현실 사이 간극을 메우기 위해 분투하는 경험"으로 정의한다. A씨는 자신이 거대한 두 개의 죽마에 올라타 균형을 잡으려 애쓰다 떨어지기 직전의 상태였음을 그제야 깨달았다고 토로했다.

문제는 이러한 상태가 개인의 의지만으로 회복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당장의 마감을 지켜야 하는 현실 속에서 충분한 휴식은 사치에 가깝다. A씨 역시 "컨디션 관리도 실력"이라는 사회적 통념 아래, 프로젝트를 완수하기 위해 항우울제를 처방받았다. 그는 약을 "오늘을 버티기 위해 먹는 진통제"라고 표현하며, 정신 건강 문제 역시 감기처럼 즉각적인 처치를 통해 업무에 지장을 주지 않아야 하는 대상으로 여겨졌다고 말했다.

결국 A씨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기 위해 퇴사를 결심하고 프리랜서로 전향했다. 그는 "소득은 불안정하지만, 나의 시간과 에너지를 능동적으로 사용하며 필요할 때 쉴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변화"라고 설명했다. 무리하게 일을 받기보다 자신의 속도에 맞춰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내는 방식을 존중하는 클라이언트와 협업하며 일과 삶의 균형을 되찾아가고 있다.

A씨의 경험은 단순히 한 개인의 이야기에 그치지 않는다. 많은 직장인이 경험과 무관하게 과도한 사회적 요구와 불충분한 회복 시간 속에서 정신적으로 무너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우울증의 원인은 복합적이지만, 일터에서의 소진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고 정신 건강을 돌볼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과 기업 문화의 근본적인 변화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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