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역사의 한 페이지가 새롭게 쓰였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피고인 신분으로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헌정사상 처음으로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는 전직 영부인으로 기록됐다. 재판부의 이례적인 촬영 허가로 김 여사가 피고인석에 앉기까지의 모든 순간은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전국에 생생하게 전달됐다.
이날 오후, 법원에 도착한 김 여사는 수의가 아닌 검은색 정장 차림이었다. 다소 수척해 보이는 얼굴은 흰색 마스크와 안경으로 가려져 있었지만, 왼쪽 가슴에 선명하게 부착된 '수인번호 4398' 배지는 그의 현재 신분을 명확히 보여주었다. 굳은 표정으로 양손을 앞으로 모은 채 법정으로 들어선 그는 시종일관 침묵을 지키며 변호인과 짧게 의견을 나누는 모습만 간간이 포착됐다.
김 여사의 법정 출석은 그 자체로 대한민국 현대사에 전례 없는 사건이다. 전직 대통령이 재임 중의 문제로 법의 심판을 받는 경우는 있었으나, 대통령의 배우자가 구속기소 되어 남편과 함께 나란히 형사 재판을 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국정 최고 책임자와 그 배우자를 둘러싼 의혹이 얼마나 엄중한지를 방증하며, 법 앞에서는 누구도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원칙을 다시 한번 확인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현재 김 여사에게 적용된 혐의는 자본시장법 위반, 정치자금법 위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알선수재 등이다. 핵심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전주'로서 관여했다는 의혹이다. 이와 더불어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여론조사 비용을 무상으로 제공받았다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와 특정 인사를 통해 교단 관련 청탁과 함께 고가의 금품을 수수했다는 알선수재 혐의도 받고 있다. 특검팀은 이러한 혐의들을 통해 김 여사가 부당하게 얻은 범죄수익이 상당하다고 보고 있으며, 기소와 동시에 추징보전을 청구한 상태다.
이번 재판은 단순히 한 개인의 유무죄를 가리는 것을 넘어, 전직 대통령 부부가 동시에 사법적 심판대에 섰다는 점에서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법정의 판단 하나하나가 향후 정치 지형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헌정사의 비극이자 사법 역사의 중대한 분수령이 될 이번 재판의 첫 공판은, 그렇게 무거운 침묵 속에서 막을 올렸다. 이제 모든 국민의 시선은 진실을 가려낼 사법부의 저울로 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