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로 피의자 신분이 된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이 특별검사팀의 소환 조사에서 조서 날인을 거부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13시간에 걸친 고강도 조사 끝에 나온 이례적인 상황으로, 박 전 장관 측은 영상녹화물의 녹취록을 제공하면 검토 후 서명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특검의 향후 대응에 귀추가 주목된다.
법조계에 따르면, 박 전 장관은 전날 오전 서울고검에 마련된 특검 사무실에 출석해 밤늦게까지 조사를 받았다. 조사는 모든 과정이 기록되는 영상녹화실에서 진행되었으나, 조사가 끝난 뒤 피의자신문조서 열람 과정에서 문제가 불거졌다. 박 전 장관은 조서의 내용이 사실과 다르거나 진술 취지가 왜곡되었다는 취지로 "조서 내용이 형편없다"고 언급하며 서명과 날인을 모두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상 피의자가 조서 내용을 수정하거나 일부 내용에 이의를 제기하는 경우는 있으나, 조서 전체에 대한 날인을 거부하고 녹취록을 요구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이는 사실상 특검이 작성한 조서의 신뢰성을 정면으로 문제 삼은 것으로, 향후 재판 과정에서 조서의 증거 능력을 두고 치열한 법리 다툼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박 전 장관 측은 특검에 영상녹화물 전체를 풀어쓴 녹취서를 서면으로 제공할 것을 공식적으로 요구하며, 이를 통해 진술 내용과 조서가 일치하는지 직접 대조하겠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특검은 박 전 장관이 계엄 선포 직후 법무부 내부 회의를 통해 사실상의 비상조치를 지시했다고 보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검찰국에 합동수사본부 파견 인력 검토를,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에는 주요 인사에 대한 출국금지팀 구성을, 교정본부에는 시위 사범 등을 수용할 공간 확보를 지시한 혐의다. 특검은 이러한 지시가 내란 실행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박 전 장관은 조사를 마치고 귀가하며 만난 취재진에게 제기된 모든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그는 "통상적인 업무 절차에 따라 일을 처리했을 뿐, 부당한 지시를 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특검법 자체가 위헌 소지가 있다"고 주장하며 수사의 정당성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번 조서 날인 거부는 그의 이러한 인식이 반영된 적극적인 방어권 행사로 풀이된다. 특검은 박 전 장관의 조서 날인 거부에도 불구하고 확보된 영상녹화물과 관련자 진술 등을 토대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