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적인 휴대전화 요금 할인 효과가 사라지면서 1%대까지 떨어졌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한 달 만에 다시 2%대로 올라섰다. 국제 유가 상승세 전환 등 불안 요인이 여전한 가운데, 폭염과 가뭄에도 불구하고 농산물 가격이 안정세를 보이며 물가 상승 압력을 일부 완화했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5년 9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7.06(2022년=100)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2.1% 상승했다. 이는 8월 상승률인 1.7%에 비해 0.4%포인트 확대된 수치다. 이로써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6월과 7월에 이어 다시 2%대에 진입하게 됐다.
지난 8월 물가 상승률이 일시적으로 둔화했던 가장 큰 원인은 SK텔레콤의 휴대전화 요금 할인 정책이었다. 이 기저효과가 소멸되면서 지난달 물가 지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휴대전화 요금이 포함된 공공서비스 물가는 8월 3.6% 하락에서 9월 1.2% 상승으로 전환하며 전체 물가를 끌어올리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했다. 국가데이터처는 이러한 일시적 요인을 제외할 경우 8월 물가 상승률 역시 2.3% 수준이었을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국제 정세의 영향을 받는 석유류 가격 또한 물가 상승에 가세했다. 8월에 1.2% 하락했던 석유류 가격은 지난달 2.3% 상승으로 돌아섰다. 국제 유가의 변동성이 국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여전히 크다는 점을 재확인시켜주는 대목이다.
반면, 장바구니 물가와 직결되는 농축수산물 가격은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농축수산물 전체 상승률은 8월 4.8%에서 9월 1.9%로 상승폭이 크게 둔화했다. 축산물과 수산물 가격 상승률이 각각 5.4%, 6.4%로 소폭 축소됐고, 특히 농산물 가격은 1.2% 하락하며 지난 6월 이후 석 달 만에 하락세로 전환했다. 품목별로 보면 찹쌀(46.1%)과 쌀(15.9%) 가격은 크게 올랐으나, 당근(-49.6%), 무(-42.1%), 배추(-24.6%) 등 주요 채소류 가격이 급감하며 농산물 가격 안정을 이끌었다.
가공식품 물가 상승률은 4.2%로 전월과 동일한 수준을 유지했으며, 커피(15.6%)와 빵(6.5%) 등의 가격 상승세가 지속됐다.
정부의 일시적 정책 효과가 사라지고 국제 에너지 가격의 불확실성이 맞물리면서 물가 관리에 대한 당국의 고심은 깊어질 전망이다. 다만 농산물 가격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어 향후 물가 흐름의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