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추석 연휴는 전국적으로 변덕스러운 날씨의 연속이었다. 연휴 초반부터 이어진 흐리고 비가 오는 날씨는 귀성 및 귀경길에 나선 시민들에게 불편을 안겼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10월이라고는 믿기 힘든 늦더위가 기승을 부렸다. 기상 이변이 일상화되는 시대의 단면을 보여주듯, 한반도의 가을은 예측 불가능한 모습을 여실히 드러냈다.
연휴가 시작된 지난 3일부터 수도권을 포함한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특히 강원도 산간 지역에는 추석 당일 70mm가 넘는 집중호우가 쏟아져 계곡물이 불어나는 등 각별한 주의가 요구됐다. 동해안 역시 시간당 20mm에 달하는 강한 비가 내리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도로 침수 등 피해가 우려되기도 했다. 이러한 궂은 날씨는 연휴 기간 내내 이어져 맑은 가을 하늘을 기대했던 많은 이들에게 아쉬움을 남겼다.
반면 남부지방은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비구름이 비껴간 일부 지역에서는 한여름을 방불케 하는 무더위가 나타났다. 전라남도 완도군의 낮 최고기온은 30.5도까지 치솟으며, 이는 1971년 해당 지역의 기상 관측이 시작된 이래 10월 최고기온 기록을 경신한 것이다. 쾌청한 날씨를 넘어 이례적인 고온 현상이 나타나면서, 같은 나라 안에서도 극과 극의 날씨가 공존하는 현상이 뚜렷하게 관측되었다.
이처럼 변덕스러운 날씨의 원인은 한반도 상공에 자리한 기압골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기상청 관계자는 "상층 기압골의 전면에서 발달한 저기압이 우리나라를 통과하면서 전국적으로 비를 뿌렸다"고 설명하며, "저기압의 이동 경로에 따라 강수 지역과 강수량의 편차가 크게 나타났고, 비가 내리지 않는 지역은 남쪽에서 유입된 따뜻한 공기의 영향을 받아 기온이 크게 올랐다"고 덧붙였다.
연휴 막바지에도 날씨로 인한 불편은 계속될 전망이다. 화요일과 수요일 새벽까지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비가 이어지겠으며, 수요일 오후부터는 강원 영동 등 동쪽 지역에 다시 비 소식이 있다. 전국적으로 맑은 날씨를 볼 수 있는 것은 연휴가 끝나는 시점이 되어서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해상 날씨는 더욱 심상치 않다. 동해안과 제주도 해안에는 너울성 파도가 계속해서 밀려오고 있으며, 설상가상으로 바닷물 높이가 평소보다 높아지는 대조기까지 겹쳐 해안가 저지대는 침수 피해에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현재 일본을 향해 북상 중인 제19호 태풍 "할롱(HALONG)"이 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동해와 남해상의 물결은 연휴 이후까지 매우 높게 일 것으로 예보되었다. 기상청은 해안가 안전사고에 대한 각별한 주의를 당부하는 한편, 여객선 이용객들은 사전에 운항 정보를 반드시 확인할 것을 강조했다. 이번 추석 연휴는 기후 변화의 심각성을 다시 한번 체감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