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하다 죽는다면 얼마나 행복하겠어요. 그게 제 꿈이죠."
'가왕' 조용필이 데뷔 57년의 관록과 변치 않는 열정으로 추석 연휴 안방을 뜨겁게 달궜다. 지난 6일 저녁 방송된 광복 80주년 KBS 대기획 '조용필, 이 순간을 영원히' 콘서트 실황은 전국 시청률 15.7%(닐슨코리아 기준)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우며, 지상파 3사를 통틀어 이번 추석 연휴 기간 방송된 모든 특집 프로그램 중 시청률 1위를 차지했다.
1950년생으로 올해 75세의 나이가 무색하게, 조용필은 150분의 러닝타임 동안 지친 기색 하나 없이 무대를 지배했다. '못찾겠다 꾀꼬리'부터 '단발머리', '고추잠자리', '모나리자', '킬리만자로의 표범', 그리고 비교적 최근 히트곡인 '바운스'에 이르기까지, 총 28곡에 달하는 그의 음악 연대기는 세대를 초월한 감동을 선사하기에 충분했다. 공연장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물론, TV 앞의 시청자들까지 그의 노래를 따라 부르며 하나가 되는 순간이었다.
이번 무대는 조용필이 1997년 'KBS 빅쇼' 이후 무려 28년 만에 선보이는 지상파 단독 콘서트라는 점에서 방송 전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그는 무대 위에서 "28년 만이라니, TV라고 하니까 좀 떨리기도 하고 그래요"라며 쑥스러운 소감을 전했지만, 막상 음악이 시작되자 전율이 이는 카리스마로 현장을 압도했다.
그의 열정은 철저한 자기관리에서 비롯됐다. 조용필은 방송에 앞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목소리는 노래를 안 하면 늙는다. 그래서 단단하게 만들어 놔야 한다"며 "그 방법은 연습밖에 없다. 무대에 오르기 전 정말 혹독하게 연습한다. 내 일생에 음악밖에 아는 게 없다"고 밝히며 '가왕'의 품격을 증명했다.
후배 예술가들의 존경과 헌사도 이어졌다. 가수 아이유는 "공연장에 있는 것만으로 팬이 되어버렸다. 전 세대가 사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일무이한 분"이라고 극찬했으며, 가수 이승철은 "조용필의 노래는 그 자체가 하나의 장르"라고 정의했다. 영화 '어쩔수가없다'를 연출한 박찬욱 감독은 "나의 영웅"이라고 칭하며 "고3 시절 '고추잠자리'를 들었을 때 새로운 시대의 문이 열리는 충격을 받았다. 그의 전기를 영화로 만든다면 한국의 현대사와 대중음악의 변천사, 그리고 한 위대한 예술가의 일생을 모두 담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지난달 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이번 콘서트는 티켓 오픈 3분 만에 2만여 전석이 매진되는 기염을 토하며 그의 변치 않는 티켓 파워를 입증한 바 있다. 방송을 놓친 시청자들은 유튜브와 웨이브(Wavve)를 통해 공연 실황을 다시 만나볼 수 있으며, 콘서트의 뒷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조용필, 이 순간을 영원히-그 날의 기록'은 오는 8일 저녁 8시에 KBS를 통해 방송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