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에서 한국인 대학생이 고문 끝에 숨진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또 다른 한국인이 현지 범죄 조직에 납치된 것으로 추정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13일 경북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8월 22일 “캄보디아로 출국한 A(30대) 씨와 연락이 끊겼다”는 가족의 실종 신고가 접수됐다. A 씨는 출국 사흘 전인 8월 19일 인천공항을 통해 캄보디아로 떠난 뒤 연락이 두절됐다.
A 씨는 출국 닷새 뒤인 8월 24일, 텔레그램 영상통화를 통해 가족에게 “2000만 원을 보내주면 풀려날 수 있다”는 말을 남겼다. 이후 A 씨의 연락은 다시 완전히 끊겼으며, 최근에는 그의 SNS에 차용증 내용을 적은 노트를 들고 있는 사진이 올라왔다. 가족들은 발신번호가 표시되지 않은 협박성 문자 메시지를 여러 차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 씨가 캄보디아 내 불법 조직에 감금돼 금전을 갈취당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수사에 착수했다. 신고 접수 직후 경찰은 외교부 영사콜센터, 경찰청 국제협력관실, 주캄보디아 한국대사관에 사건을 통보하고 공조를 요청했다.
경북경찰청 관계자는 “신고 직후 관계기관에 즉시 사건을 통보했고, 출국 사실을 확인한 뒤 캄보디아 대사관에 공식 공문을 보내 실종 사실을 재차 알렸다”고 밝혔다.
현재 A 씨의 소재는 여전히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경찰은 캄보디아 현지 수사당국과 협력해 A 씨의 행방과 납치 경위를 추적 중이다.
한편, 올해 들어 경북 지역에서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끊겼다”는 실종 신고는 총 7건에 달한다. 이 중 예천 대학생 사망 사건을 포함해 2건(상주 1건, 경주 1건)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당국은 최근 캄보디아에서 잇따라 한국인 대상 납치·갈취 사건이 발생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현지 취업·투자 유혹을 내세운 신종 범죄에 대한 주의를 당부했다. 경찰 관계자는 “캄보디아를 비롯한 일부 동남아 지역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감금·갈취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며 “지인을 사칭한 취업 제안이나 온라인 투자 권유 등에 각별한 경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