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파기환송 사건과 관련해 대법원이 사건기록의 공식 인계일을 4월 22일로 적시한 내부 문건이 확인되면서, 사건이 비공식적으로 미리 검토된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추미애 위원장실이 대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사건 기록 인수·인계부’에 따르면, 대법원은 “2025도4697 당사자 이재명” 사건의 기록 인계일을 2025년 4월 22일로 명시했다. 이는 사건이 주심인 박영재 대법관에게 배당된 날로, 대법원 서무계가 이날 사건기록을 공식적으로 전달했다는 의미다.
그러나 대법원은 앞서 “대법관 전원이 사건 접수일인 3월 28일부터 기록을 검토하기 시작했다”(천대엽 법원행정처장)고 밝힌 바 있어, 공식 문건과의 시점 불일치가 드러났다. 공식 인계일 기준으로 보면 대법관들이 판결을 내리기 불과 이틀 전(4월 24일)에 사건기록을 인계받은 셈이다.
문건에는 또 하나의 이례적인 기록이 남아 있었다. 사건기록 인계일 옆에는 손글씨로 “이미 기록은 위에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같은 날 인계된 다른 사건 3건에는 이런 표기가 없었다. 누가, 언제, 어떤 경로로 사건기록을 ‘위로’ 올렸는지, 공식 기록상 근거는 전혀 남아 있지 않은 상태다.
내부 절차상 문제도 지적된다. <대법원에서의 기록 접수·관리 및 재판서 등 처리절차에 관한 내규> 제6조는 담당 사무관이 사건기록을 인계하거나 인수할 때 반드시 인수·인계부를 작성하고, 비서관의 영수인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해당 문건에는 인수자나 영수인의 서명 없이 손글씨 메모만 남아 있어, 절차 위반 논란이 제기됐다.
대법원은 추미애 위원장실에 보낸 서면 답변에서 “해당 사건의 특성상 기록의 소재가 불분명해질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해 인수인계부 작성 없이 이동된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또한 “주심 배당 이전에 기록을 확인할 필요가 있을 경우 전화 등으로 지시가 전달되며, 별도의 신청이나 기록은 남기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설명은 오히려 의문을 증폭시키고 있다. 추 위원장은 “이 재판은 예외의 연속이며, 사건기록 인수·인계부마저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작성된 매우 이례적인 사례”라며 “조희대 대법원장은 이러한 비정상적 절차에 대해 명확히 해명하고, 문제가 있다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법조계에서는 “7만 쪽에 달하는 사건기록을 공식 인계 이틀 만에 검토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비공식 검토가 있었다면 그 과정과 책임 주체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문건이 조희대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이 사건 배당 이전부터 기록을 검토했다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정황으로 보고 있다. 국회는 대법관들의 사건 검토 로그기록, 출퇴근 시간 자료 등을 요구하며 관련 의혹의 진상 규명을 예고했다.
이재명 대통령 사건의 판결 과정이 ‘비정상적 절차’였다는 논란이 이어지면서, 대법원의 재판 독립성과 신뢰에 대한 논의도 본격화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