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이 자신을 둘러싼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해 “신속한 심리와 판결의 배경에 불신이 있는 것 같아 매우 안타깝다”고 밝혔다. 다만 “사법권 독립을 보장한 헌법상 이유로 구체적 내용을 밝히기 어렵다”고 말해 사실상 추가 해명을 거부했다.
조 대법원장은 1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국정감사가 마무리되기 직전 회의장에 다시 들어와 “개인적으로는 국민의 불신을 해소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지만, 헌법 제103조와 법원조직법 등에 따라 재판 관련 사안을 언급할 수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최근 불거진 ‘한덕수 전 국무총리 회동설’에 대해서도 “이미 법원행정처 공보관을 통해 사실이 아니라고 밝힌 바 있다”며 “언급된 인사들과는 사적인 만남이나 해당 사건과 관련된 대화가 전혀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법사위원장은 “정치 개입과 대선 개입을 감추기 위해 사법부가 이용됐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추 위원장은 “조 대법원장이 한덕수 전 총리의 대선 출마 일정에 맞춰 판결을 결정했다는 직권남용 의혹이 드러났다”며 “이는 대법원 사건을 소부에서 먼저 심리하도록 한 법원조직법 제7조를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추 위원장은 이어 “대법원 사건기록 인수·인계부를 확인한 결과,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사건 기록이 4월 22일에 인계된 것으로 나타났는데, 그 옆에 ‘이미 기록은 위에 있다’는 손 글씨가 적혀 있었다”며 “공식 인계일 이전에 사건을 미리 검토했다면 허위공문서 작성이거나 절차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조 대법원장은 별다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추 위원장이 “이 사건 기록을 언제, 누구의 지시로 가져갔느냐”고 재차 질의했지만, 조 대법원장은 침묵을 유지했다.
추 위원장은 “끝내 침묵으로 일관한다면 국민이 판단할 것”이라며 “현재의 사법부는 국민 위에 군림하는 모습으로 비춰져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은 “지금 뭐 하는 거냐”, “국감이 정쟁장으로 변질됐다”며 강하게 항의했고, 일부 의원들이 위원장석 앞으로 몰려가 고성이 오가며 회의장은 한때 소란스러워졌다. 추 위원장은 “어디서 삿대질이냐, 폭력을 행사하느냐”며 맞받아쳤고, 국감은 혼란 속에 종료됐다.
이날 국감은 조 대법원장의 ‘대선 개입 의혹’과 관련해 여야가 정면 충돌하면서 사실상 파행으로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