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출범 4개월 만에 세 번째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을 규제지역으로 지정하고, 고가 주택 대출 한도를 축소하는 등 강도 높은 금융 규제를 포함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거래량 감소와 상승세 둔화가 있겠지만, 근본적인 집값 안정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김민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16일 방송 인터뷰에서 “국토교통부가 낼 수 있는 최선의 카드가 나온 것”이라며 “단기적으로는 시장 과열을 누그러뜨리겠지만, 수요·공급 불균형이 해소되지 않으면 집값 상승세를 근본적으로 꺾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 소장은 “지금은 주식, 코인, 부동산이 모두 오르는 상황에서 현금을 가진 사람들이 ‘벼락거지’가 될 수 있다는 불안심리에 안전자산으로서의 부동산에 몰리고 있다”며 “이런 심리를 단순한 규제로 꺾긴 힘들다”고 분석했다.
정부는 이날 서울 25개 전 자치구와 경기 과천·광명·성남(분당·수정·중원), 수원(영통·장안·팔달), 안양(동안), 용인(수지), 의왕, 하남 등 12개 지역을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서울 전역이 사실상 투기규제 지역으로 묶이며, 무주택자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은 40%로 제한된다. 또한 수도권의 15억~25억 원 주택은 대출 한도가 6억 원에서 4억 원으로 줄고, 25억 원 초과 주택은 2억 원으로 급감한다.
김 소장은 “이 같은 대출 규제는 거래를 위축시킬 수밖에 없다”며 “거래가 줄면 가격이 떨어져야 하지만, 매도자들이 급매를 내놓을 이유가 없기 때문에 실질적 하락은 쉽지 않다”고 내다봤다. 이어 “입주 물량이 여전히 부족하고 금리 인하 가능성도 남아 있어, 집값이 오히려 더 견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규제지역으로 묶이기 전에 ‘빨리 사야 한다’는 심리가 확산돼 오히려 단기 상승을 부추겼다”며 “정부의 대책 발표 시점이 시장에 불안감을 줬다”고 지적했다.
특히 15억 원 초과 주택의 대출 한도가 대폭 축소되면서 “결국 현금 부자들만 고가 아파트를 살 수 있는 구조”라고 꼬집었다. 김 소장은 “중산층 이상, 대출을 일부 끼고 집을 사려는 계층은 구매가 어려워졌고, 대신 15억 이하 아파트로 수요가 몰릴 것”이라며 “상급지에서 중급지로의 수요 이동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전세시장도 불안 요인으로 꼽혔다. 김 소장은 “전세대출에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적용돼 서민이 전세자금을 충분히 빌리기 어려워졌다”며 “결국 반전세가 늘고 월세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세금 관련 정책에 대해서는 “정부가 보유세나 거래세 인상 대신 ‘조정’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조세 저항을 의식한 것”이라며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부자 증세나 감세 논란을 피하려는 신중한 접근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마지막으로 김 소장은 “집값을 안정시키려면 규제보다 공급 신호를 확실히 줘야 한다”며 “입주 물량 부족이 해소되지 않으면 규제는 일시적 효과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 때처럼 ‘규제가 나오면 집값이 오른다’는 학습효과가 이미 시장에 자리 잡았다”며 “이번에도 근본적 대책이 아니라면 같은 결과를 반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