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연이틀 급등하며 사상 최고치를 다시 썼다. 외국인과 기관의 매수세가 이어지고, 반도체·자동차 등 주도 업종이 강세를 보이면서 코스피는 3,750선에 근접했다. 시장 안팎에서는 “코스피 4,000도 머지않았다”는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
16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91.25포인트(2.49%) 오른 3,748.06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세운 사상 최고치(3,657.14)를 불과 하루 만에 경신한 것이다. 코스피가 3,700선을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외국인 투자자는 6,000억 원 이상, 기관은 8,000억 원 가까이 순매수하며 상승장을 이끌었다. 반면 개인 투자자는 1조 3,000억 원가량을 순매도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최근 급등세에 따른 차익 실현 매물이 개인 투자자 중심으로 나왔다”고 분석했다.
이달 들어서만 코스피는 290포인트 이상 상승했다. 2020년대 이후 찾아보기 어려운 가파른 상승세다. 코스피 4,000선까지는 약 250포인트 차이로, 일부 증권사에서는 연내 돌파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상승세를 견인한 주요 요인으로는 한·미 간 관세 협상 낙관론과 반도체 업황 회복 기대가 꼽힌다. 미국이 전면적인 보호무역 기조를 완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수출주가 강세를 보였다. 현대차는 8.2%, 기아는 7.2% 상승하며 자동차 업종이 장을 주도했다.
반도체주도 랠리를 이어갔다. 삼성전자는 이날 9만 7,700원에 마감하며 2021년 1월 11일 기록한 9만 6,800원의 종가를 4년 9개월 만에 뛰어넘었다. 시가총액은 580조 원을 돌파했다. SK하이닉스도 7% 이상 급등하며 19만 원 선을 회복했다.
증권가는 추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연내 유동성 공급 확대, 이른바 ‘돈 풀기’ 정책을 재개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고, 국내에서는 정부의 배당소득세 인하 등 세제 완화책이 추진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단기 급등세에 따른 과열 우려도 병존한다”며 “4,000선 돌파를 위해서는 기업 실적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정치적 불확실성과 글로벌 유동성 흐름이 코스피 4,000 돌파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도 “반도체·자동차·2차전지 업종의 실적이 지속된다면 한국 증시의 체질적 상승 국면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